[전문가 칼럼] 부동산과 반도체는 정치재인가?

사진노희진 사회적 기업학회 고문
[사진=노희진 사회적 기업학회 고문]
정치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많은 공기가 우리 일상을 짜증나게 하듯 정치가 혼탁해지면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

여권은 공천권 행사를 하는 당 대표 선출에 명운을 걸고 야권은 징계 정치를 한다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편안한 삶과 나라의 앞날을 위한 정책 경쟁은 뒷전이고 당권에만 집착하는 모양새이다.

올해 월드컵 개막식에서 가수 이재가 부른 DNA의 한글 가사 "또 넘어져도 난 다시 일어나"는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가는 DNA는 6·25 동란 후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성취를 이루어 낸 한국에 어울리는 노래이다. 한국 축구도 다시 일어나 달려가길 기원한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관계 사회에서 비롯된다. 관계가 실력을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연고주의를 배제하고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을 한 히딩크는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관계주의에서 벗어나 능력 위주의 인사가 필요하다. 대통령 변호인 출신 대다수를 정부 요직에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에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 후 대통령과 그 입지를 발표한 재벌 총수들이 상호 절을 하는 모습이 실렸다. 대통령이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시그널을 준다. 호남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 낸 과정을 두고 이 대통령은 "좋게 말하면 유도, 심하게 말하면 유인"이라며 "억압이나 강요는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유도는 기업인에게는 억압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된다. 삼성 노조는 조합원 84%가 반대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현 정부도 그 전철을 따라가는 듯해 우려스럽다.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의 아파트값 변동이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 규제를 비롯한 규제를 과하게 하고 종부세 등 세금을 무겁게 매기면 부동산값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는 규제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걸 결과가 말해 준다. 반면 규제 비용과 무거운 세금은 부동산 원가에 반영되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부동산 관련 토론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모을 기회를 마련하면서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시장 의견 개진을 허용 안 하는 것은 옹졸하다. 열린 마음으로 지혜를 널리 구해야 된다.

반도체와 부동산을 정치재가 아닌 경제재로 인식해야 된다. 기업 총수의 임무는 향후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 반도체 공장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가진 자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가격 안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조선이 5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왕에 대해서도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선비 정신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오늘날 지식인의 올바른 비판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진정한 통찰은 지혜와 정직함과 용기를 요구한다. 이런 통찰을 막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5·18이 민감한 이슈가 되었다. 스타박스는 판촉행사로, 배재고 야구부는 응원 구호로, 이병태 교수는 논란에 대한 자기 통찰을 밝혔을 뿐인데 5·18 연관성으로 크게 곤욕을 치렀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성역을 건드리면 곤욕을 치르게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바람직할까? 

5·18 유공자가 되면 혜택은 큰데 정작 누가 유공자인지는 모른다. 최근 5·18 논란에 대해 정치권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헌법상의 권리를 완전히 누리면서 기업을 하거나 공직자 생활하기 어려운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근무와 같은 법과 정책은 노동자의 편익을 증진하지만 기업 발전에는 걸림돌이 된다. 탈원전도 미래의 잠재적 환경 위험은 감소시킬지 모르나 싸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걸림돌이 된다. 4대강 사업의 반대는 용수 문제를 어렵게 한다.

노동과 환경의 가치와 산업과 기업 발전의 가치가 충돌할 적에 민주당은 전자의 가치를, 국민의힘은 후자의 가치를 우선시해 왔다.

호남 지역의 반도체 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기, 물, 인력, 토지가 뒷받침되어야 된다. 민주당이 주도한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근무, 탈원전, 4대강 사업 반대와 같은 이념적 정책과 반기업 정서는 반도체 투자 성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향후 AI 시대 대비를 위한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가적 대사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합리적 의사 결정과 정치권의 지역을 초월한 사심 없는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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