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크는 기업]⑦ LG전자 ‘하누리’, 장애인‧비장애인 ‘하나’된 곳…대기업서 노하우 배우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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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1-04-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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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직원 341명 중 장애인 직원 비율 66%

  • 2013년 60명으로 시작…8년새 5배 늘어

  • 상담 프로그램으로 직원 애로 해소 도와

지난해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9%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고용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라리 미이행 부담금을 택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 부담과 업무영역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모회사의 출자지분 50% 이상, 직원의 30%(중증장애인 비율 5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매년 증가세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만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35곳을 본지가 꼼꼼히 살펴봤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그 이점과 효용성을 공감하길 기대해본다.<편집자 주>

LG전자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하누리'는 스팀세차부터 커피 제조까지 다양한 업무에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의 구분이 따로 없다. 서로가 조화를 이루며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고객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최상의 만족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직원 60% 장애인···기숙사 관리부터 스팀세차‧카페 업무 담당

12일 하누리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341명이며, 이 중 장애인 직원은 226명(66%)이다. 장애인 직원 중 중증 장애인 비율은 72%다. 2013년 LG전자가 100% 출자해 설립된 하누리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살며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출범 초기 60여명 규모로 시작해 직원이 5배 늘었다.
 

2013년 LG전자가 100% 출자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하누리가 출범했다. [사진=하누리 제공]


하누리는 경기 평택 기숙사 관리 서비스에서 시작해 클리닝(청소) 서비스, 스팀세차 서비스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그해 9월에는 경북 구미센터에서 클리닝·카페·스팀세차·식기세척 서비스를, 경남 창원센터에서 스팀세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12월에는 서울센터 강남빌딩에서도 클리닝 서비스를 시행했다.

현재 하누리는 경기 오산 본사와 더불어 서울서부센터, 서울중부센터, 경기 평택센터, 경북 구미센터, 경남 창원센터 등 5개 지역에 센터를 두고 있다.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기숙사 관리 △클리닝 △스팀세차 △식기세척 △카페 등이다. 이 중 스팀세차와 식기세척은 100% 장애인 직원으로 구성된다. 하누리는 향후 사무지원과 생산공정 업무도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하누리 직원들은 LG전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직원들의 고충 상담과 시설관리 등을 담당한다. 또 평택의 러닝센터와 기숙사 내부·외곽, 구미 공장과 기숙사, 창원 기숙사, 서울 서초구 연구개발(R&D)센터의 클리닝 업무도 맡고 있다.

평택·구미·창원·서울·인천 사업장에서는 스팀세차 서비스도 제공한다. 세차는 단순 반복업무가 많아 중증 장애인도 훈련만 거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평택센터는 더 나은 세차 품질과 최상의 고객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세차 품질교육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스팀세차를 진행한 고객을 대상으로 주 1회 세차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세차 시 부족했던 부분을 중점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품질교육을 받은 스팀세차 전영준 사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이번 품질교육 내용을 잘 기억해 더 나은 세차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센터 하누리 직원들이 지난 3월 스팀세차 품질교육의 날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하누리 제공]


식당 내 식기세척 업무도 장애인 직원이 담당한다. 아울러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채용해 카페도 운영한다. 처음에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카페 업무를 시작하는 데 이견이 있었지만 카페 입점 후에는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서울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 지하에 있는 ‘엘 카페’는 아메리카노 500원, 라테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임직원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며 상생하고 있다.

◆7년 만에 당기순익 8배 증가··· “조화롭게 협업하는 회사”

하누리의 목표는 단순히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하나가 돼 협업하는 데 있다.

2019년 4월 취임한 김창근 대표는 “장애는 머나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나 자신과 우리 가족, 동료, 사회의 일부분”이라며 “장애인을 대할 때 ‘차이는 있음을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지붕 아래 한 뜻으로 생활해 간다는 슬로건에 걸맞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협업하는 회사로 운영하고, 고객에게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매출액 146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출범 첫해인 2013년 9600만원에서 2019년 7억6700만원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자산도 같은 기간 7억7400만원에서 49억7500만원으로 6배가량 늘었다.

장애인 고용 성과도 인정받아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 주관 장애인 고용촉진 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같은 대회에서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6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주’로 선정됐고, 2019년에 재선정됐다.

하누리 관계자는 “2016년에 이어 재선정된 것은 모회사인 LG전자의 지속적인 지원과 하누리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고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결과”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장애인 근로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누리는 직원들을 위해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이 다른 장애인 표준사업장과의 차이점이다. 장애인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HTP(Hanuri Training Program)’ 5대 교육을 매년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장애인 인식 개선 △고객만족 △성희롱 예방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또 장애인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HTT(Hanuri Tea Time)라는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에 한 번 이상 담당자와 1대1 상담을 하며 업무 애로 해소를 돕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하누리는 국내외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SK C&C, SK이노베이션, KT 등 국내 대기업은 2018년 하누리 본사와 사업장을 방문해 장애인 인재 육성 방법과 장애인 사원들의 장기 근속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2017년에는 국제장애고용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장애인 고용 사례를 공유했다.

경남 김해에서는 장애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양미희 김해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장학사는 “앞으로도 적합한 직무를 개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하누리의 가치를 실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누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간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FFD(Field Friendly Day)’를 운영하고 있다. FFD는 각 센터 리더와 운영본부 스태프가 현장과 호흡을 같이하고, 현장 근무의 숨은 애로점을 느끼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날이다.

각 센터의 센터장은 세차 전 과정을 함께 하고, 현장 샤워부스와 각종 기계설비·휴게공간 위생상태를 점검하며, 직원들의 일상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또 카페 음료를 함께 제조해 판매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에는 모회사인 LG전자 임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LG전자 임직원 봉사단과 하누리 임직원은 2016~2018년 경기 오산시 장애인 특수교육 기관인 성심학교를 방문해 과학교실, 체육활동, 바리스타 직업 체험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며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하누리는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임직원 봉사단과 하누리가 2016년 경기도 오산시 장애인 특수 교육 기관인 성심학교 전교생과 함께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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