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강국 일본] 日 '로봇의 시대' 온다...어리숙한 '약한 로봇'부터 '우주 개척 로봇'까지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4-08 06:00
2025년 세계 시장 양분 목표...올림픽 계기, 서비스 로봇 개발 박차
일본이 로봇 대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차세대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지목한 이후, 2025년 전 세계 로봇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에 따르면 일본의 로봇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조6000억엔 규모에서 2020년 2조9000억엔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로봇 도입 사업에 힘입어 향후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2035년에는 약 9조7000억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비스 로봇 산업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 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5년에는 서비스 로봇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15년 3733억엔 규모로 전체 시장의 23.3%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약 2.74배 성장해 2020년에는 1조241억엔 규모, 시장 점유율 35.8%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성장세라면 2025년에는 서비스 로봇이 전체 로봇 시장에서 50.3%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서비스 로봇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2020년 기준 일본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8.41%를 차지하면서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하고 돌봄 산업 등 서비스업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를 충당할 만한 생산·노동 인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서비스 로봇을 적극 도입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고령자를 위한 의료 간호 등의 돌봄산업 활성화와 비용 절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사회·경제구조 개혁 계획인 '위드·애프터 코로나 시대' 5대 투자 유망 사업의 하나로 다시 한 번 로봇 산업을 지정했으며, 올해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계기로 다양한 신규 로봇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어리숙하고 약한 모습이 매력 포인트"··· 가정용 로봇 '니코보'

"어설프고 약해 보이는 로봇, 서투른 대응이 오히려 매력", "약점이 강점으로 평가받는 현상은 인공지능(AI) 전성시대에 나타난 의외의 유행."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니코보를 소개하는 말이다.

니코보는 파나소닉이 도요하시기술과학 대학의 오카다 미치오 교수 연구실(ICD-LAB)과 공동으로 개발한 가정용 로봇이다. 가정용 로봇이라지만, '말하는 애완 로봇'에 가깝다. 청소나 요리 등 집안일은 하지 못하며, 대화 능력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대화형 로봇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미미하다.

직경 약 20㎝ 크기에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공 모양의 니코보는 바닥을 구르는 정도일 뿐 스스로 움직이진 못하며, 대화 역시 어린아이 목소리로 사람의 말을 따라하거나 간단한 대답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

다만, 니코보는 카메라와 센서로 사람의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거나 자신을 안았을 때를 인식해 자동으로 반응한다. 사람이 애정을 주면서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웃는 표정을 짓지만, 반대로 기분을 상하게 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때면, 혼잣말도 하고 방귀도 뀌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즉,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인 것이다.

사실상 아무런 실용적인 기능이 없는 데다 가격 또한 3만5800~3만9800엔(약 36만4000~40만5000원)의 고가다. 구매자는 로봇 본체 가격뿐 아니라 매월 AI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니코보는 출시 직후 '완판'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16일 파나소닉은 니코보를 공개하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마쿠아케'를 통해 1000만엔의 판매 목표 금액을 세웠는데, 7시간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향후 일반 발매도 검토하고 있다.

니코보 개발을 총괄한 오카다 교수는 '덧셈의 로봇'이 아닌 '뺄셈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오카다 교수는 닛케이에서 "로봇이 뛰어날수록 인간은 요구를 더 하며, 오만하게 된다"면서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로봇'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약한 로봇을 상대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니코보.[사진=파나소닉]

니코보.[사진=파나소닉]


◆"우주정거장 건설부터 화성 개척까지 척척"··· 우주 로봇 노동자 개발 착수

지난달 1일 시계와 복사기, 컴퓨터 프린터 등을 제조하는 일본 기업 '세이코 엡손'은 자회사인 벤처 캐피털(VC) '엡손 X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일본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 기업인 '기타이'에 투자하고 양사가 '우주 로봇' 개발 사업을 교류하기로 했다.

이는 2016년 기타이 설립 이후 두번째 정식 투자(B라운드)로서 총 18억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타이는 이를 미국 시장 진출 자금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올해 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자사의 로봇을 보내 로봇의 작업 능력을 시연하고, 2023년에는 우주 궤도에 로봇을 올려 관련 기술을 실증할 예정이다.

도쿄공대 출신의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2016년 창업한 기타이는 설립 당시부터 단순한 일반 로봇이 아닌,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최근 달 표면의 자원 개발과 화성 탐사·개발 계획, ISS 상용화 등 우주개발 사업이 늘어나면서, 향후 신규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거나 우주선을 수리하고 폐기물과 우주 잔해물 등을 제거하는 작업 등 '우주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단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주비행사가 이를 수행하면서 작업 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높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기타이는 향후 우주 작업 비용을 현재의 100분의1 수준으로 줄이고, 2040년에는 인류의 달과 화성 개척 기지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타이의 우주 작업 로봇 G1.[사진=기타이]

기타이가 개발한 우주 작업 로봇 팔.[사진=기타이]


◆"전신마비 장애인 대신 커피를 내려드려요"··· '아바타 로봇 카페' 6월 개점

오는 6월 21일 일본 도쿄도 아카사카에는 '아바타 로봇 카페'인 '던 버전 베타(DAWN ver.β)'가 개점한다. 일본의 로봇 개발사인 오리연구소와 일본재단 등이 기획한 것으로, 가와다테크놀로지스와 산하 자회사인 가와다테크노시스템, 가와다로보틱스도 로봇 개발과 카페 운영에 협력한다.

던 버전 베타가 아바타(분신) 로봇 카페인 이유는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환자 등 중증 장애인이 로봇을 원격 조작해 커피를 제조하는 '텔레 바리스타'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리연구소와 가와다테크놀로지가 공동개발 중인 양팔 협동로봇 '넥스테이지'에 기반한 텔레 바리스타 로봇과 오리연구소가 개발한 접객 로봇인 '오리히메(직녀)', '오리히메-D'는 장애인을 대신해 커피를 제조하고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한다.

오리히메는 약 키 120㎝, 무게 약 20㎏의 인형 로봇으로, 이마에 있는 카메라가 영상을 장애인의 단말기로 전송하면 장애인은 단말기를 조작해 로봇을 움직이고 마이크를 통해 손님들과 대화도 할 수 있다.

아바타 로봇 카페는 이미 2018년 12월 3일 일본의 장애인 주간에 맞춰 일주일 동안 실험 개점하며 해당 기술을 실증하기도 했다.

카페 던의 운영·기획에 참가한 ALS 환자인 무토 마사타네는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는 일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오리히메를 조작 중인 무토 마사타네.[사진=무토 마사타네 트위터]

손님을 접객 중인 오리히메.[사진=유튜브]


◆"내년 3월부턴 로봇이 우편배달"··· 자율주행 배송 로봇 도입 박차

내년부터 일본 거리에는 '자동배송 로봇'이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2일 닛케이에 따르면, 같은 날 일본 정부는 내년 3월 22일까지 소형 자율주행 로봇이 공공도로를 6㎞ 이하로 저속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현행 제도상 자율주행 로봇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배송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임시규정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국회에서 도로교통법과 도로운송차량법 등을 개정해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각 기업이 자동배송 로봇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개선과 배송·물류비 안정화를 위해 자동배송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까지 일본 국토교통성과 일본우편 등은 자동배송 로봇의 공공도로 주행 실증을 마친 상태다.

일본우편은 로봇개발사인 ZMP(도쿄·분쿄)와 '라스트 원 마일'이라는 이름의 자동배송 로봇을 개발했고, 일본 유통업체인 라쿠텐과 슈퍼마켓 체인인 세유는 파나소닉과 함께 개발한 자동배달 로봇 서비스를 올 상반기 중 실험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라쿠텐이 도입 예정인 자동배송 로봇.[사진=라쿠텐]

일본우편과 ZMP가 개발한 자동배송 로봇 '라스트 원 마일'.[사진=Z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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