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비켜야 하는 건 사람이었다"…배달 로봇 확산에 반발 커져

  • 美·캐나다, 배달로봇 규제 강화…배달노동자 일자리 감소 우려

  • BBC "2034년 전세계 210만대 운행 전망"…업계는 자신감

사진Getty Images
[사진=Getty Images]

인도를 달리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세계 각국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보행자 안전과 일자리 감소 등을 둘러싼 반발도 커지고 있다고 BBC가 최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와 영국, 일본, 한국, 독일 등에서는 식료품과 음식 배달을 담당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점차 일상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 GPS를 활용해 스스로 길을 찾는 이 로봇들은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미래형 물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카고 시민 존 로버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미래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가족과 산책하던 중 인도에서 로봇을 피해 우리가 길을 비켜줘야 했다“며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인도는 원래 사람들이 걷는 공간인데 정작 비키는 건 우리였다”며 "만약 카메라와 조명을 단 로봇 수십 대가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가족과의 산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배달 로봇 운행을 비교적 한산한 구역으로 제한했고, 캐나다 토론토는 2021년부터 인도에서의 로봇 운행을 금지했다.
 
시카고 역시 일부 지역에서 로봇 운행을 금지한 상태다. 로버츠는 안전성 검증과 명확한 운영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시카고 전역에서 배달 로봇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며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고, 현재 4400여 명이 이에 동참했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을 피해 차도로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충돌 사고와 부상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횡단보도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여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긴급 차량 통행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신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논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디 카사키안 시의원은 BBC에 "어느 날 갑자기 로봇이 나타났고, 처음에는 어떤 회사가 운영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며 "보행자 이동권과 접근성,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 규칙과 보험 의무, 접근성 기준, 허가 절차 등 명확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는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에서 배달 로봇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십 테크놀로지스의 대니 패스 유럽 운영 총괄은 BBC에 "사람들이 로봇과 인도를 공유하는 경험에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며 "로봇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배달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독립노동자노조(IWGB)의 알렉스 마셜 대표는 "기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수많은 불안정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금지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 전망은 밝다. BBC는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마 인사이트 보고서를 인용해 2034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210만 대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국가별 규제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비교적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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