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1건 듣고 임대주택? 흑석동도 한강공원 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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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1-04-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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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흑석 혁신거점 공공주택 지구' 두고 주민 반발

  • "흑석동 유일 한강변 유휴부지…여의도 등으로 한강 공원 찾아가야"

서울 동작구 일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주민의견 하나만 듣고 임대주택을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럴 거면 의견청취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초역세권 유휴부지에 청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안을 두고 이 일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의 의견을 모아 설득하는 과정 없이 관련 기관들이 이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1-1번지 일원인 ‘서울 흑석 혁신거점 공공주택지구’는 전체 면적이 9859㎡에 달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 흑석역 4번 출구와 맞닿은 초역세권으로, 길 건너에 한강변 산책로와 효사정·용봉정 공원이 있고 다수의 초·중·고교와 중앙대가 도보권에 있다.

애초 이 지역은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주택 공급지로 변경됐다. 빗물 펌프장을 지하에 두고 지상에 임대주택 200여 가구와 복합문화시설, 한강과 연결되는 생태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동작구는 연내 지구 지정을 고시하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 공사를 진행하는 게 목표다.

이에 서울시와 동작구는 지난달 11일 ‘서울 흑석 혁신거점 공공주택 지구 지정 및 사업인정에 관한 주민 등의 의견청취 공고’를 서울시보와 동작구보에 내고 24일까지 총 14일간 주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문제는 의견청취 기간 접수된 주민 의견은 단 한 건으로, 주민 대다수가 의견 청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이다. 구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이견이 없다는 공문을 서울시에 회신했다. 서울시와 동작구는 의견청취 공고를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보와 구보에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동작구 주민들은 “우리가 시보와 구보를 언제 보고 앉아 있냐”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흑석동 유일의 한강변 유휴부지에 임대주택이 아닌 한강공원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한 주민은 “흑석동 마지막 한강변 금싸라기 땅에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사지가 대부분인 흑석동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 이렇다할 공원도 없어서 여의도나 반포, 용산 등으로 한강공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흑석동 한강변 공공임대주택 건설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임대주택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작구 관계자는 “서울시보와 동작구보에 게시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며 “들어오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은 지금이라도 취합해서 시에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최근 몇년간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안을 발표한 뒤, 임대주택을 둔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키로 한 뒤 삼성동 일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강남구가 이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안을 두고 서울시와 서초구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국개발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넣기 위한 후속 조치는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주택과 함께 해당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나 편의시설을 계획해서 일대 주민들의 생활편익을 높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무조건 임대주택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이를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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