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제재로 반도체 자립 절실…국가역량 총동원 대규모 투자
  • 반도체에 175조 예산 투입…지방정부 앞다퉈 반도체 지원사격
  • "TSMC·ASML 등 따라잡자" 中기업들 글로벌 '반도체 챔피언' 목표
  • 맹목적 투자가 빚어낸 부작용도···반도체 자력갱생 '험난한 앞길'

[그래픽=아주경제]



"5G, 반도체 등 전략적 신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화부장>
"반도체는 IT시대 핵심업종으로, 미래 경제발전을 견인할 것이다. 중국은 자력갱생 노력을 기울여 자체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왕즈강 과학기술부장>

올해 중국 최대정치행사 양회(兩會)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은 최대 화두였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국산화가 절실해진 중국은 수년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반도체 대약진’이다.

중국은 우주에 유인 우주선을 띄우고, 자체 항공모함을 만들고,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전 국가적으로 사활을 걸고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중국이 오늘날 이 같은 우주·군사굴기 성과를 내는 데는 단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미국이 수십년 걸린 것을 크게 단축시킨 것이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연소 초강대국 중국이 이제 반도체 방면에서 다시 한번 그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고 표현했다.
 
◆ 반도체 자력갱생···"10년간 칼 한자루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

중국의 5개년 국가 중장기계획에도 반도체는 줄곧 포함됐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중국이 지난 13차5개년 계획 초기 시행 당시엔 향후 5~10년간 반도체에 1조 위안(약 175조원)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지난해 양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이 2025년까지 1조4000억 달러(약 1700조원)를 투입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며 이 중 상당수가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올해 양회에서 최종 승인되는 14차5개년 계획도 마찬가지다. 계획은 국가안보와 발전과 직결돼 필수적으로 집중 육성할 8대 전략적 중대 과학기술로 AI, 양자컴퓨팅 다음 셋째로 반도체를 언급했다. 리커창 총리가 4일 양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14·5계획은 구체적으로 반도체 방면에서 집적회로 설계 툴, 중점장비, 고순도 표적물질 등 핵심 소재 연구개발, 전력 반도체(IGBT,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등 공정기술 확보, 첨단 메모리기술 업그레이드, 실리콘 카바이드 등 광대역갭 반도체(WBG)를 발전시킨다고 명시했다.

올해 중국은 향후 5년간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출을 연 평균 7% 이상으로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6% 이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상당수는 반도체 기술력 향상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국가 반도체 기금도 만들어 현재까지 모두 3000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가 하면, 반도체 기업엔 최대 10년 법인세 면제라는 파격적 세금 감면 혜택도 주는 등 아낌없이 지원사격하고 있다.
 
◆ 상하이, 주하이 등 지방정부 앞다퉈 반도체 지원사격

중국 각 지방정부도 앞다퉈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 보조금 지원, 반도체 전문 인력 유치 등 각종 조치도 내놓았다.

상하이가 지난 3일 '집적회로산업 계획(2021~2025년)'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린강(臨港)신구에 2025년까지 반도체 종합산업 혁신기지를 짓고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동방의 반도체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반도체 장비, 소재에서부터 반도체 설계, 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1000억 위안 생산 규모 반도체산업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취약한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감광액(포토레지스트), 대형 웨이퍼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고, 중국산 반도체 장비 최소 2종을 글로벌 선두 반도체 제조기업 구매조달 목록에 포함시키겠다고도 했다.

2025년까지 5개 이상 글로벌 선두 반도체 제조기업을 만들고, 연간 매출 20억 위안 이상의 반도체 설비소재 기업 5곳 이상도 키우기로 했다. 이밖에 2만~5만명 석사 이상 반도체 고급인력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광둥성 주하이시도 최근 반도체산업발전계획을 발표해 인재 유치, 기업 육성, 산업공급망 발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보조금이 두둑하다.

예를 들면 주하이 첨단기술구에 반도체 관련 대학을 세우면 최대 500만 위안 보조금을 지원한다. 반도체 전공 석사·박사생이 졸업 후 주하이 현지 소재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전문인력에겐 학비 감면과 보조금 혜택도 주어진다.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보조를 위해 매년 2000만 위안의 예산도 설정했다.
 
◆ "TSMC·ASML 등 따라잡자" 中기업들 글로벌 '반도체 챔피언' 목표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반도체 지원사격에 나서는 목표는 하나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기술력을 키우는 한편, 중국 내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기술기업 챔피언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그중 하나다. SMIC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토종 반도체 기업이다. 이미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TSMC처럼 7나노미터(nm, 10억분의1m)급 미세공정까지는 아니지만, 14나노급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갖췄다.

미국의 제재로 부품 조달이 막혀 최신 스마트폰이나 고성능 컴퓨터, 그래픽 프로세스 등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진 못하지만, 이미 자체 기술력으로 일반 스마트폰이나 PC, 자동차 등 14~28나노급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반 반도체는 충분히 양산이 가능하다. 미국 CNBC는 "최근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속 SMIC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유기업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민간기업들, 특히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도 줄줄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은 공격적으로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며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와 오포가 중국 반도체 설계 제조업체 장쑤창징과기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웬디 루터트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블룸버그에서 “반도체 부문과 관련해선 민간기업 역할이 커지면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임시방편 기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TSMC만큼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추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반도체기업 상하이마이크로장비(上海微电子装备)와 베이팡화촹(北方華創)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업체다. EUV 노광장비는 초미세 공정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장비다.

이밖에 베이징 화다주톈(华大九天) 같은 스타트업은 글로벌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시놉시스나 케이던스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반도체설계자동화(EDA) 같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복제 기술을 연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맹목적 투자가 빚어낸 부작용도···반도체 자력갱생 '험난한 앞길'

다만 아직까지 중국이 갈 길은 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제재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발전에 사활을 걸도록 더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현재 반도체 자급수준은 약 20%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약 35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3년째 3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마리오 모랄레스 IDC 부사장은 “중국 반도체 자급수준이 2030년 말에야 3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수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맹목적 투자가 빚어낸 부작용도 크다. 최근 20조원 투자 규모의 우한훙신(武漢弘芯, 이하 HSMC) 반도체 프로젝트가 결국 4년여 만에 물거품이 된 게 대표적이다. 당국의 맹목적 투자 지원만 믿고 투자했다가 엎어진 사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년간 지방정부 지원을 받은 반도체 프로젝트가 중단된 사례가 10건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맹목적 투자가 가져온 부작용을 깨달은 중국 정부도 지난해부터 반도체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험도, 기술도, 인재도 없는 '삼무(三無)' 반도체 프로젝트는 퇴출시키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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