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째 유동성 순회수···시장 단기금리 치솟아
  • 코로나 '금족령'···자금 수요 예년만큼 많지 않아
  •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주식·부동산 자산 버블 초래
  • '회색코뿔소' 부동산 버블 우려···집값 급등에 '가짜 이혼' 또 성행
  • 中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에···인민은행 "조기 출구전략 없다" 못 박아
 

[이ㅣ주경제]


"인민은행(PBOC)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거품을 우려한 것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돈줄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하자 시장에선 각종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면서 시장에선 그동안 인민은행이 언제부터 통화정책을 정상화할지 예의주시해 왔다. 인민은행이 이달 들어 사실상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는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부동산으로 몰리자 시장 과열을 가라앉히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이틀째 유동성 순회수···시장 단기금리 치솟아

인민은행은 27일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모두 1000억 위안(약 17조원)어치 유동성을 순회수했다. 이날 만기 도래하는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물량이 2800억 위안어치에 달했는데, 주입한 유동성은 1800억 위안어치에 불과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2거래일 연속 유동성을 순회수한 것이다. 전날에도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운영으로 모두 780억 위안어치 유동성을 순흡수했다.

보통 월말, 특히나 춘제(중국 설) 연휴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춘제는 내달 1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다.

28일에도 2500억 위안 역레포 물량 만기가 도래하지만, 시장은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풀 것이란 기대를 접은 상태다.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단기금리도 일제히 치솟았다. 최근 중국 단기 금리 지표 중 하나인 상하이 은행간 대출금리(Shibor 시보) 오름세가 가파르다.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를 뜻하는 오버나이트 금리는 27일 2.97%까지 올랐다. 전날보다 24.4bp(1bp=0.01%포인트) 오른 것이다. 10거래일 전까지만 해도 오버나이트 금리는 1.6% 남짓이었다. 이날 7일물, 14일물 금리도 마찬가지로 약 3%까지 일제히 치솟았다. 

춘제 연휴를 앞두고 풍부한 유동성을 기대했던 투자자들도 패닉에 빠졌다. 약 5년 만에 3600선을 돌파한 상하이종합지수도 다시 3500선으로 내려앉았다. 왕서방이 몰려가 적극 띄웠던 홍콩증시도 다시 활기를 잃었다. 홍콩항셍지수 3만선도 하루 만에 무너졌다.

◆  코로나 '금족령'···자금 수요 많지 않아

인민은행이 사실 춘제 연휴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나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론 올해 춘제 분위기가 예년과는 달라 자금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매년 춘제 연휴에는 30억 인구대이동이 나타나는데, 올해는 중국 대다수 지역에서 ‘금족령’을 내렸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고향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춘제 기간 민족 대이동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며, 여행이나 소비 등으로 인한 자금 수요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원 리이쥐 연구원은 중국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춘제는 예년에 비해 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게다가 리스크 대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어 춘제 연휴를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넘치는 유동성···주식·부동산 버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큰 배경이 작용했다. 그동안 시중에 유동성이 과다하게 풀리면서 중국내 자산 버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마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최근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돈을 풀면서 2020년 1~3분기 중국 총부채 비율이 0.25%포인트 상승했다"며 "이는 2009년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영역에서 거품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게 주식시장이다. 연초부터 중국 주식시장엔 광풍이 불며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펀드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새로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완판'되는 주식형 펀드가 속출했다. 새해 들어서만 20여개 주식형 펀드가 완판됐다. '하루 만에 매진된 펀드'라는 뜻으로, '르광지(日光基)'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중국 유명펀드사 이팡다에서 최근 내놓은 펀드는 목표액이 150억 위안인데, 하루에만 이보다 15배가 많은 2300억 위안 자금이 몰리며 중국 펀드사상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왕서방(중국 본토투자자)의 식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홍콩 주식으로까지 몰려갔다. 

지난 20일까지 중국 본토 투자자는 모두 270억 달러(약 30조원)어치 홍콩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한 해 전체 순매수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왕서방이 홍콩 증시를 끌어올리며 홍콩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지수는 올 들어서만 약 10% 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85년 이후 최고의 호황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돈줄을 조일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26일 상하이, 홍콩 증시는 일제히 폭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연출했다. 

​◆ 집값 급등에 '가짜 이혼' 또 성행

중국의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로 꼽히는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자 중국에서는 광둥성 선전시를 필두로 부동산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빠른 경제회복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이 부동산에 몰려들면서 위장 이혼과 가짜 결혼이 성행할 만큼 주택 투기 붐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선전·상하이 주택가격은 고공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선전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올랐고, 전달에 비해서는 0.6% 올랐다.  같은 기간 상하이 주택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했다.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지만 최근 시장이 심상치 않다. 12월 주택 거래량이 122만7000㎡로 전월에 비해 무려 60% 상승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 투기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대도시의 투기를 억제하라는 정부 지시에 따라 상하이시는 연초부터 주택 구입과 부동산 과세, 위장 이혼 및 결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선전시도 주택 구입에 소요되는 자금출처 감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 인민은행 "조기 출구전략 없다" 못 박아

사실 시장은 올해 중국이 코로나19 부양책을 거두는 출구전략을 펼칠 것으로 이미 예견해왔다. 중국 경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3%로,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는 8%대 성장률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올해 2분기를 중국 통화정책 분수령으로 예상했는데, 인민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그 시기가 더 빨리 찾아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시장의 우려를 인식한 듯 중국 당국도 부랴부랴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27일 1일자에 '인민은행의 단기 유동성 조작 영향을 과장하지 말라'는 제하의 논평을 게재했다. 인민은행의 갑작스런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의외'이지만 이는 시중 유동성이 '팽팽한 균형(緊平衡)'을 이루게 하겠다는 뜻으로, 필요하면 합리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도 26일(현지시간) 다보스 어젠다 회의 연설에서 “중국의 통화정책은 계속해서 경제 회복을 지지할 것이고, 리스크를 대비하는 균형도 맞출 것”이라며 “우리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원책을 너무 빨리 퇴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달 초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강 총재는 당시 “올해 통화정책은 ‘穩’(원·안정을 뜻함)을 필두로 할 것이며, 정상적인 지속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완만하게 이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총재 발언에 힘입어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유동성이 계속해서 풍부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태평양증권은 “인민은행이 춘제 전 역레포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실제 최근 중국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돼 중국 경기 회복세가 다시 더뎌진다면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중국 통화정책은 코로나19 확산세 여부에 따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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