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왕서방 자금 몰려온다...새해만 15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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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1-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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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보란듯" 美 제재대상 중국기업에 '뭉칫돈'

  • 홍콩증시 '저평가' 매력···올해 고공행진 예상

  • "美제재 영향 無" 홍콩 최대 ETF, 차이나모바일 다시 투자하기로···

중국 본토 자금의 홍콩증시 유입세가 거세다. 새해 들어서만 왕서방은 15조원어치 넘는 홍콩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란 듯, 미국인 투자 제재 대상이 된 중국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홍콩증권거래소[자료=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보란듯" 美 제재대상 中기업에 '뭉칫돈' 

1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새해 들어 13일까지 8거래일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과 중국 본토 주식 교차거래 시스템인 후강퉁(상하이-홍콩)과 선강퉁(선전-홍콩)을 통해 1076억6200만 홍콩달러(약 15조3000억원)어치 홍콩 주식을 순매입했다. 후·선강퉁을 통한 중국 본토 자금의 홍콩 투자는 '남향자금'이라 칭한다.

특히 남향자금 절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며 투자를 금지한 5개 종목에 쏠렸다. 

이중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주식만 332억300만 홍콩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중국 인터넷공룡 텐센트에 순유입된 자금(277억2600만 홍콩달러)보다 많다. 텐센트는 왕서방이 가장 투자를 선호하는 기업이다. 

이외에도 중국 국영석유회사 중국해양석유(105억9800만 홍콩달러),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업체 SMIC(77억3200만 홍콩달러), 중국 국영통신사 차이나텔레콤(30억2200만 홍콩달러) 등을 집중 매수했다.

[자료=홍콩거래소]


펑청 씨티은행 아시아투자 스트래지스트는 "미국 투자 제재령 발효 이후 중국 본토자금 유입세가 거세다"며 "이게 홍콩 증시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제재령이 중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봤다. 제재 대상 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창출되는 데다가, 미국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더라도 중국,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유럽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본토 공모펀드가 나서서 홍콩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14일 중국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중국 본토에 신규 출시된 16개 주식형펀드의 홍콩 주식 투자 비중이 상한선인 50%에 육박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달 중국에 신규 출시된 주식형펀드 모집액이 3000억 위안(약 5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1400억 위안이 홍콩주식에 투자될 것으로 내다봤다.  

왕서방의 투자 열풍은 홍콩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지수도 끌어올리고 있다. 새해 들어 8거래일간 누적 상승폭은 10%에 육박한다. 12일엔 종가  기준 2만8276포인트를 찍으며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 홍콩증시 '저평가' 매력···올해 고공행진 예상

각 기관들은 올해 홍콩증시가 중국 본토 증시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홍콩 정치불안, 미·중 갈등 등 이유로 워낙 하락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린촨잉 HSBC 아태지역 담당자는 "지난해 하락했던 주식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홍콩증시가 중국 본토증시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더 많은 해외상장 중국기업의 홍콩 2차 상장이 봇물을 이뤄 홍콩증시 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홍콩증시가 저평가됐다는 건 AH주 프리미엄 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AH 프리미엄지수란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종목들이 어디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프리미엄 지수가 100이상이면 A주가 고평가, 100 이하면 H주가 고평가 상태다. 현재 AH 프리미엄지수는 137으로, 지난해 10월 고점(148)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홍콩 증시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다. 광다증권은 "홍콩 주식시장의 전체 순익의 70%가 중국계 기업에서 나온다"며 "그만큼 홍콩증시가 중국 경기 회복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 경기 회복세로 홍콩 상장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홍콩증권거래소 개혁, 미국의 대중국 제제 등 여파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의 홍콩증시 '회귀'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에만 바이두, 비리비리, 씨트립, 아이치이 등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인터넷기업들의 홍콩증시 2차 상장설이 시장에 파다하다.  대부분이 테크업종주로,  전통산업 기업 위주로 꾸려진 홍콩증시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美제재 영향 無" 홍콩 최대 ETF, 차이나모바일 다시 투자하기로···

한편 홍콩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트래커펀드는 앞서 발표한 중국 국영 통신회사 주식에 신규 투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사흘 만에 번복했다.

트래커펀드는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아시아에서 운용하는데, 스테이트스트리트가 보스톤에 소재한 미국 회사다.

이에 따라 중국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미국 정부 조치에 따라야 한다며 지난 11일 홍콩증시에 상장한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국영 통신회사에 신규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트래커펀드 포트폴리오 운용 규모는 1053억 홍콩달러에 달한다. 특히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주식 각각 24억, 2억3300만 홍콩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우려됐다. 

하지만 트래커펀드는 13일 저녁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아시아는 홍콩에 등록된 비(非) 미국계 회사로, 미국 정부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중국 국영 통신회사에 계속해서 투자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부 제재로 미국인들은 트래커펀드에 투자할 수 없다고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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