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사회 비상사태 백신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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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1-03-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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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역병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유럽에 이어 전세계로 확산되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0일 국제공중보건긴급사태를 선포하였고, 3월 11일에는 세계적 팬데믹으로 공식 선포하였다. 이후 1년이 지난 2021년 3월 23일 현재 확진자는 1억명을 돌파한 1억2367만6648명이 되었고, 사망자가 270만명을 넘어서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WHO는 신종 바이러스를 SARS-CoV-2바이러스로, 신종전염병을 코비드-19으로 명명하였다. 이 바이러스는 계속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여 팬데믹의 종식을 더욱 요원하게 하고 있다. 심각한 사실은 이 역병에 의한 치사율이 노인층에게서 특별하게 높으며, 요양원과 같은 집단시설에서 고령자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작금 노인들을 집중적으로 희생하게 하는 코비드-19은 장수사회에 비상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역병이 돌면 뚜렷한 해법이 없으면 피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환자를 격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며, 마스크나 가면과 같은 보호장구를 갖추어 병원체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인류는 역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였을 때도 대항하는 방안을 개발해 내었다. 바로 백신이다. 이어서 역병의 원인이 미생물병원체임을 밝혀내고 박멸할 수 있는 다양한 백신과 항생제를 개발하여 인류의 피해를 최소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핵심해법으로 기대되고 있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코로나 사태 이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WHO는 백신접종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지연하고, 불안감을 표출하거나 특정 백신을 기피하는 행위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의 기저에는 백신음모설이 자리잡고 있다. 음모설의 바탕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안전성에 대한 우려이다. 백신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역병이 유행하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심각하지 않을 때는 백신의 필요성을 별로 인정하지 않게 된다. 코비드-19의 경우 젊은 층은 치사율이 낮아 높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개발과정과 임상 1, 2, 3상 실험을 단계적으로 마쳐서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가 공식 허가한 백신은 안심할 수 있다. 둘째, 백신제조과정에 투입되는 방부제, 안정제, 증강제 또는 미지의 물질에 의한 부작용 우려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첨가된 물질의 실제 함유량은 극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위해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안감이 유포되고 있다. 셋째, 일부 종교와 결합한 백신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역병은 신의 뜻에 의한 인간에 대한 징벌인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신성에 대한 부정이라는 주장이 백신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부터 기독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코비드-19 백신에 의도적으로 마이크로칩을 심어 일반인을 감시하고 조종한다는 헛된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백신 거부는 결국 공동체의 대중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백신 거부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신앙적 측면에서 백신 접종의 면제를 요청하고 있다. 넷째, 백신 접종의 개인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권 인정 여부이다. 접종 받지 않은 자들이 면역적으로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 또는 부득이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전염병을 확산할 수 있다는 윤리적인 문제와 접종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야 한다는 선택권의 문제가 갈등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의외로 선진국들에서 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한의사가 나서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일명 안아키)”라는 사이트를 열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였고 이에 상당수 학부모들이 동조한 사건이 있었다. 지역사회의 건강은 집단면역 효과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일 내에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백신거부운동은 일련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일탈적인 연구자들이 대조군에 대한 비교를 철저히 하지 않거나 몇몇 소수 사례를 예로 들어 질병의 발생빈도나 효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정적인 발표를 하여 사건이 일어난다. 부작용으로 거론한 질병발생빈도 증가, 위협적인 결과, 생물학적 문제점 등은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유명한 사례로 백신과 자폐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영국의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팀이 자폐증이 있는 12명의 소아를 조사해서 이들의 발병이 MMR백신을 접종 받은 직후였다고 학술지 란셋(Lancet)에 1998년 발표한 사건이다. 후속조사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 간에 어떤 상관관계도 없음이 분명하게 밝혀지고, 결국 논문은 철회되었고 당사자는 의사면허마저 취소당한 불명예스러운 사건이었지만, 부모들에게 충격을 주어 MMR백신접종률이 80%나 격감되어 결국 질병이 만연하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거짓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하면서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과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 더욱 각종 매체가 혼재한 정보 팬데믹인 인포데믹의 영향이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 넓게 커져나갈 수 있게 되어 이러한 잘못된 정보의 통제가 어렵게 되고 있다.

코비드-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허위 정보로 가득 찬 백신 거부 음모론에 휩쓸리지 않고 모든 주민들이 적극적인 예방접종에 임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여러가지 코비드-19백신들이 전지구적인 노력을 통하여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 내에 개발과정을 모두 마치고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백신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임상시험을 거쳐서 허용되었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제도적 관리시스템을 믿고 코비드-19 역병에 전력을 다하여 함께 대응하여야 한다. 대책은 분명하다. 빠른 시일 내에 집단면역을 완성하는 방법만이 최선이다. 더욱 면역력이 낮은 노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장수사회에 닥쳐온 고령자의 높은 치사율이라는 코비드-19 비상사태를 백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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