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et가 바로 장수식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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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1-0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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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설날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고향에 돌아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부모님께 세배올리고 조상에게 차례지내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가족의 의미를 다져왔다. 그러기 위하여 아무리 힘들고 혼잡스럽더라도 기꺼이 귀성하였는데 작금의 사태는 고유의 풍습마저 지키지 못하게 하고 있어 안타깝기만하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식구(食口)라는 개념은 마음과 뜻을 공유하는 가족임을 다지게 하며 공동체의 근본이다. 그래서 전통식단은 가족과 집단의 문화적 핵심이며 동질감의 근원이자, 그 집단의 건강과 장수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이 아닐 수 없다.

불로장수를 꿈꾸어 왔던 인류에게 불로초 개념은 과거에는 특정 식품의 미스터리적 효과에 집착해왔었으나, 이제 과학적 펑가를 하게 되면서 지역의 전통적 상용식단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다. 특정인의 특수한 장수보다 지역 주민들의 보편적 장수가 부각되면서 지역주민의 장수도와 전통식단의 상관관계에 보다 큰 관심이 집중되었다. 장기간의 대단위 지역연구를 통하여 나온 결과들은 신뢰도가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식단은 생활습관변경을 통하여 얼마든지 보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직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지중해식단, 오키나와식단 등이 건강식단으로 거론되었고, 근자에는 우리 전통 식단도 새롭게 해석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백세인의 장수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 전통식품이 장수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였다. 따라서 장수지역 주민들의 전통식단의 식재료와 식품의 보존과 조리과정은 물론 주민들의 식생활습관도 조사되어야 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식재료의 다양성이다. 그런데 우리 전통식단의 다양성은 이미 조선후기 홍석모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한 내용을 보면 분명하다. 예를들면 정월에는 떡국, 시루떡, 오신채, 약밥, 오곡밥, 나물, 팥죽, 귀밝이술, 3월에는 화전, 화면, 탕평채, 수란, 모시조개국, 조기국, 밴댕이, 웅어, 복어, 숭어, 마, 과하주, 꼽장떡, 순무, 6월에는 수단, 건단, 상화병, 연병, 개장, 팥죽국수, 청채, 닭고기, 미역국, 국수, 호박, 돼지고기, 흰떡, 밀가루 호박 무침, 과일, 채소, 생선, 8월에는 닭고기, 막걸리, 신도주, 송편, 시루떡, 율단자, 토란, 11월에는 팥죽, 냉면, 골동면, 반유반, 동치미, 수정과, 장김치 등등을 즐긴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세시음식은 오늘날까지도 대부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 다양성에 있어 전세계 여느 전통식단보다도 압도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백세인조사에서도 식품다양성지표(Dietary Diversity Score)가 모두 높게 나왔으며, 이러한 식품의 다양성은 영양의 균형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학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우리 전통식단인 K-diet를 국제적인 장수식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중해식단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을 볼 수가 있다. 지중해식단은 과일과 채소의 섭취가 높고, 채소는 신선한 형태로 먹으며, 해산물과 올리브오일, 와인 및 페타치즈 소비량이 많으며, 통밀빵을 즐겨 먹고 있다. 반면 K-diet에서는 과일보다는 주로 채소위주이며, 채소는 신선한 형태보다는 데치거나 무치는 나물 형식으로 섭취하고, 해산물로는 생선과 더불어 미역, 김과 같은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며, 올리브오일보다는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와인보다는 막걸리를, 그리고 페타치즈보다는 된장, 간장, 고추장과 쌀밥을 먹어왔다. 이와 같이 외견상으로 전혀 다른 식단이지만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해 보면 우리 식단의 장점이 크게 부각됨을 알 수 있다. K diet에서는 과일 섭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훨씬 다양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있으며 이들은 돌연변이 억제능, 암 억제능, 항산화능과 면역증진능이 많이 들어있는 건강식재료로 밝혀졌다. 또한 채소를 조리하는 방식이 주로 데침이기 때문에 부피가 크게 축소되어 훨씬 많은 양을 먹을 수 있기에 섬유소를 비롯한 각종 생리활성물질을 보다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더욱 데치는 조리방법은 식재료의 오염물질과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K diet에는 미역, 톳, 김, 파래 등의 해조류가 많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 식단과 차별화되는 생리활성물질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막걸리와 들기름 참기름의 특별한 효능이 규명되면서 우리 전통식단은 건강식단으로서의 의미를 더욱 빛내게 되었다. 

육류섭취 부족문제도 우리 조상들은 슬기롭게 해결해 왔다. 비타민B12는 식물성식품에는 없고 동물성식품에만 있기 때문에 육류섭취부족은 비타민B12의 결핍을 초래한다. 비타민B12는 조혈기능과 신경퇴하와 인지기능 저하를 방지함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노인들에게 보강해주어야 하는 영양소로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백세인의 혈중 비타민B12 결핍비율이 서양의 백세인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서 우리식품중 비타민B12의 급원을 조사하면서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바로 된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이었다. 원재료인 콩, 두부, 야채 상태의 기본 재료에는 없던 영양소가 삭힘 과정을 통하여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은 K diet를 장수식단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필요조건이 되었다.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라우스(Claude Levi-Strauss)는 구조주의 개념을 도입하여 날 것(The Raw)을 먹는 인류와 익힌 것(The Cooked)을 먹는 인류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날 것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계에서 수확한 그대로 자르거나 찢거나 부수거나 갈거나 말려서 먹는 방법이고, 익혀먹는다는 것은 끓이고, 데치고, 굽고, 찌고, 볶는 조리방식을 사용하여 먹는 방법이다. 레비 스트라우스 박사가 실수한 것은 삭힌 음식을 먹는 인류를 간과한 것이다. 삭힌 음식은 바로 발효식품이며, 장기간 음식을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개발된 조리방법으로 맛과 영양의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식품세계를 열게한 인간 지혜의 승리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K diet는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 

우리 K-diet의 식재료 다양성과 영양 균형성, 조리방법의 안전성, 발효식품의 보완성이 부각되면서 K diet는 장수식단의 반열에 올라가게 되었다. 우리 전통식단의 우월성과 과학성을 다시한번 새기면서 설날을 맞아 코로나사태로부터 모든 국민들이 건강한 장수를 누리기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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