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얀마] 언론통제·경제패닉의 버마…군정 외교장관 태국 방문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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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2-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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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부 '군사정원' 용어 사용 언론 폐간 경고

  • 현금 출근 제안 조치에 시민들 '경제 패닉'

  • 외교장관, 태국 방문설도…쿠데타 후 처음

  • '태국 방문 중' 인도네시아 면담 성사 주목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흘레단 교차로 일대에 24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미뤄내고 권력 장악 욕심을 드러내는 사이 시민들은 ‘경제 패닉’에 빠지는 등 상황이 점차 악화하는 모양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언론에 군사정권을 뜻하는 단어인 ‘Junta’, ‘Regime’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언론 통제에 나선 것이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군사정권이란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언론은 출판 허가를 잃게 될 것”이라며 “미얀마 언론협의회를 통해 언론 윤리에 따라 언론을 규제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쿠데타와 관련해서도 군부는 “헌법에 따라 국가 책임을 맡았고, 비상사태 규정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미얀마 정보부는 “헌법에 따라 군에 의해 설립된 정부이기에 군사정권이란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면서 미얀마 언론협의회에 “국민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언론협의회는 언론 분쟁을 조사·해결하고, 언론 윤리 강경 등을 제정하는 기구다. 그러나 쿠데타 발생 이후 26명 위원 중 23명이 사임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부의 ‘군부정권 단어 사용 금지’ 경고에 미얀마 언론인과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지마 미얀마 뉴스 편집국장 대행 유세인 윈은 “군부의 이런 발언은 독립언론에 대한 경고이자 정확한 보도를 중단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언론사 면허를 취소하면 군사정권 아래 미얀마는 암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셔터가 내려진 미얀마 양곤의 미야와디 은행 밖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공무원 및 교사, 철도 근로자, 병원 의료진, 은행 직원 등 각계각층이 집단으로 출근을 거부하며 대규모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군부의 권력 장악 강도가 높아지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군부의 일일 출금 제한 한도 조치로 시민들이 ‘경제 패닉’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군영은행에 돈을 맡긴 시민들이 출금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고 있다.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전국적으로 파업을 선언하면서 민영은행이 대부분 문을 닫고, 일부 국영은행들만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얀마에서 여섯 번째로 큰 국내 은행인 미야와디 은행을 일일 출금 가능액을 50만 키야트(370달러, 한화 41만1366원) 제한하고, 은행 방문 고객 수도 지점별로 200명까지만 받고 있다.

미얀마의 한 시민은 “군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우리 돈이 괜찮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액수가 많은 건 아니나 소문 때문에 불안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경제는 군부의 쿠데타 이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쿠데타 이후 공무원들의 업무 거부와 이를 요구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상황을 악화했다. 아울러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군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적 평판 악화 등으로 인한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FDI) 문제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앞서 미얀마의 올해 경제성장률 기존 5.6%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 [사진=로이터 홈페이지 캡처]


한편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커진 사이 미얀마 군사정부 외교장관이 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운나 마웅 르윈(Wunna Maung Lwin)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태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군 출신인 르윈 장관은 앞서 테인 세인 정부에서도 외교장관을 맡았고, 쿠데타 이후 외교장관으로 다시 등극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르윈 장관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의한 외교적 노력에 의한 협의를 위해 태국을 찾았다. 르윈 장관의 태국 방문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선언 이후 군정장관이 처음으로 다른 국가를 방문한 사례로 기록된다.

이번 태국 방문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제기됐다.

앞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장관이 25일 미얀마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긴 인도네시아 국토부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장관의 미얀마 방문 계획 사실이 알려지자 미얀마 네티즌들은 인도네시아를 향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특사를 보내지 말라”며 반발했고, 결국 인도네시아는 외교장관의 미얀마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마르수디 장관이 현재 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만약 르윈 장관의 태국 방문설이 사실일 경우 태국에서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미얀마 외교장관 간의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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