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사각지대 가사서비스] 가사근로자법 통과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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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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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사노동자 제도권 포함시 비용 증가 등 부작용도 우려

  • 가사근로자법 맞벌이 여성 94% 제정 찬성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가사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넣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처우가 어떻게 개선될 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가사노동자는 그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 만큼 사회적 논의가 이어져온 상황이다.

가사근로자란 가정을 방문해 청소·세탁·요리 등 집안일을 대신하는 사람을 말한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가사근로자는 2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가정부로 불리는 입주형 가사도우미가 많았지만, 요즘은 출퇴근하며 하루 4~8시간 단위로 일하는 파트타임 파출부가 다수다.

문제는 가사도우미가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로자 적용 범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르면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근거는 가정 내 사건은 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사근동자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연차 및 퇴직금과 4대 보험 등 기존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게 되는 권리도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도 일부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시장경제의 발전과 플랫폼 서비스의 확산 등 서비스 노동에 대한 접근과 처우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사근로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만큼 비용의 증가와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꾸준히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6년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등 사회적인 변화도 포착됐다. 19대 국회 때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에서는 해당 법이 이해관계자들 간 별다른 이견이 없는데도 다른 법안들에 밀려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못한 상황을 안타깝게 봤다.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월 임시국회를 목표로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2일에도 23일 열리는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겨냥, 41개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가사근로자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보통 직업소개소 중개로 가사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은 프리랜서로 인식돼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또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육아 도우미를 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비스플랫폼 회사와 고용 계약을 맺는 경우만 가사노동자로 인정된다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들이 연차와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으면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면 회사에서는 고용유지를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늘어난다면 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결정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만 시장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한다면 고령자의 경우 경쟁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가사서비스의 투명화 움직임 '꿈틀'

가사노동자의 법적 보호와 더불어 서비스의 투명화에 관해서도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가사서비스를 중개하는 직업소개소 등이 열악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해 이에 따른 피해와 분쟁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가사근로자법에 대한 가사서비스 이용자 인식조사를 위해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가사서비스 공식화 필요성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부 인증을 받은 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 관리, 정보 공개, 피해 보상 등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큰 맞벌이 여성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과 이메일을 통한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될 경우 정부가 인증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85.6%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94.6%가 제공기관 인증제도 도입, 가사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제공기관과 이용자간 이용계약 체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사근로자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찬성 이유(복수 응답)는 가사근로자의 신원 보증(67.0%), 정부인증 기관의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47.4%), 파손 등 사고발생 시 원활한 배상(44.0%) 순이었다.

현재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이수진 의원안, 강은미 의원안 등 2건의 의원 법률안과 함께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2월 임시국회 내 가사근로자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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