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중범죄 의사면허 취소 수용 불가" VS 당·정 "변호사도 처벌받는데…특별대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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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전환욱 기자
입력 2021-02-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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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를 앞둔 가운데,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와 당·정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선 "중범죄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생존권을 위해 강력한 단체행동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반면, 당·정은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면허를 유지하는 건 특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접종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의사들이 총파업을 단행할 경우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야당에선 "코로나 시국에 왜 의사들을 건드리냐"는 날선 반응도 나오고 있다.

◆ 최대집 의협회장 "면허취소…의료계, 작년 파업 때 보다 100배 더 격분"

최대집 의협 회장은 22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법안이 국회 본회 통과의 마지막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25일 의결되면 강력한 단체행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은 이에 앞서 국회 법사위에 중재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의료법에 9가지 범죄목에 대해 금고 이상 형을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 거기에 살인·강도·강간 등 몇 가지를 추가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게 중범죄자들을 보호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우리는) 강간한 사람이 의사면허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선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유기징역인데, 의도치 않은 사고에서 의사면허를 상실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와 응급환자 등에 대한 대응책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인한 협회의 단체행동은 의사들이 격분하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라면서도 "2·3월 백신접종 업무는 무리가 없다. 또 백신 접종에 종사하는 의사들과 중환자·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는 업무활동을 유지하도록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지난 19일 강력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료인들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병합해 만든 대안으로 오는 25일 법사위로 간다.

◆ 與 "의사만 특별대우, 납득 안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의 상식에 맞춰 법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의협이 지나친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 교직원 등 다른 전문 직종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 기간 정지되는데, 의사만 예외로 두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일 때는 면허취소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성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법 개정안의 취지가 의료인들에게 다른 전문직업군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형평성에 맞게 입법을 하겠단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성범죄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이 형을 살고 난 뒤 바로 환자 진료에 들어가는 것이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국회가 바로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간사는 의협 등 의료 단체에서 제안하고 있는 '네거티브 방식(특정 범죄명을 기존 의료법에 포함해 면허 취소)'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대표 배구 선수가 옛날에 학교폭력을 저질렀다고 해서 태극마크 박탈당하지 않았냐"면서 "(그런데) 왜 의사는 죄를 짓고도 다시 의사를 할 수 있나. (스스로) 국민 설득을 해보라"고 말했다.

◆ 복지부 "의료계 총파업 부적절…변호사 등도 금고형 이상 면허 취소"

정부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해 의료계에서 총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의료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사안이라 그 과정을 따라야겠지만 의료계가 총파업을 할 것이라 판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정책관은 "모든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여러 사례를 검토한 결과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고의가 아닌 경우엔 대부분 벌금형이고, 의도적이고 악질적인 경우에만 실형"이라고 설명하면서 "변호사나 회계사 등은 이미 규정이 있는 사항이다. 의료인만 개정하는 게 과도한 처벌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의료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향후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정책관은 "백신 접종 과정에서 개원가가 참여할 여지가 있고 접종센터 의료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료계가 백신 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코로나 시국에 왜 굳이…"

일각에선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둔 시기에 굳이 '반발이 예상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계속 진행 중인 과정이고, 의사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의사 심기를 건드리는 법을 왜 시도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으며,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도 "현재 의료계는 코로나와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데, 굳이 이 시점에 의료계와 화풀이 일전을 벌이는 게 코로나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의협의 주장이 전부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왜 중요한 시기마다 의협과 갈등을 야기시키나. 의사 길들이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의정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불거질 당시 정부와 여당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추진했고, 의료계는 이에 반발해 수차례에 걸쳐 총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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