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인플레 공포' 스멀스멀…통화완화정책 철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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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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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공포가 신흥국 시장에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코로나19 대응 완화정책을 점차 거둬들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 정치·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급등하고 있는 주식과 가상화폐 등 달아오르는 자산 시장은 금리와 물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놓았던 달러 찍어내기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주식을 비롯해 자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백신 배포 본격화와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이제 원자재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58달러(1.0%) 상승한 60.0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한파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증가 요인도 있지만, 풍부한 유동성에 경기회복 신호가 겹친 탓이 크다.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3월물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1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인 t당 8416달러를 넘어섰다. 대두의 가격과 옥수수의 국제 가격 역시 1년 전에 비해 각각 50%, 40% 넘게 상승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데이비드 하우너 경제전략가는 최근 화물운임의 급등은 인플레이션의 사전 징후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공급의 병목 현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우너 전략가는 "공급이 수요 회복을 따라가지 못하면 운송·식품·에너지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몇 달간 장기 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코로나19 충격으로 연준에서 시작된 통화완화 정책에 참여했던 신흥국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수 많은 중앙은행들이 처음으로 통화 안정과 경기회복 촉진을 위해 정부 부채와 회사채를 사들이며 이른바 '양적 완화'라는 파격적 통화정책을 도입했다. 이 같은 정책은 팬데믹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비용 감소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줄었다. 그러나 완화정책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리스크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장이 조금이라도 불안한 조짐을 보일 경우, 외국 투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통화 가치마저 하락한다면,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식품 가격이 들썩이면서 터키, 브라질,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은 이미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부유한 나라들의 인플레이션 지수에서 식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일수록 식품 가격 비중은 크다. 나이지리아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들의 식품 가격은 인플레이션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터키에서는 지난 1년 새 식품물가상승률이 20% 이상에 달한다. 중남미도 사정은 비슷하다. 브라질은 2003년 이후 1월에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국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식품 수출에 할당량을 정하고,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우너 전략가는 "통상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 급등률은 무시해야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물가상승에 이처럼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하우너 전략가는 일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면서 매파적 통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될 경우, 통화는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무역수지가 튼튼한 브라질 헤알화,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 체코의 코루나 등은 좋은 투자대상 통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탈세계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인금 인상이 촉진되는 점과 저축률 하락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점 등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하우너 전략가는 지적했다. 다만, 자동화로 인한 임금 절감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주식시장이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는 모두 장 초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반락했다. 이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3%를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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