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발언 악재까지…도쿄 올림픽 위원장 사퇴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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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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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준비 과정 차질 우려

  • "일본 나라 전체 오도"…국내 정치인들도 사퇴 압박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도쿄 올림픽이 이번엔 성차별 발언으로 흔들리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올림픽 준비를 이끌어온 위원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하차하면서 됴쿄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모리 요시로 일본 도쿄올림픽 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회장직 사퇴 결심을 굳혔으며, 주변에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 올림픽 조직위가 개최하는 이사·평의원 긴급 합동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모리 회장의 사임의 배경은 성차별 발언이다.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에 대해 모리 회장은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논란이 빚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모리 회장은 다음 날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했다. 그러나 사건 진화는 쉽게 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 국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Human Rights Watch)는 일본의 성차별 상황이 금메달급이라는 강력한 비판을 올리는 등 국외 비판 여론도 비등했다. 유먼라이츠워치는 "올림픽 시스템은 스포츠는 성 평등을 고취시키며 여성과 여자 어린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리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올림픽 위원회는 성 평등과 스포츠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기관이다"라면서 "연맹 체제로 이뤄진 일본 스포츠 사회에서 내 여성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배제돼 있으며, 최근 보고에 따르면 스포츠계에서 여자어린들과 아이들에 대한 학대 정황이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집권당인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가 오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퇴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압력의 신호를 보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도 전날 취재진에 이달 예정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회장,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 등이 참여하는 도쿄올림픽 4자 회담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국내 정치인들의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2014년 1월 조직위 회장에 취임한 모리 회장은 총리를 역임한 거물로 정·재계에 다양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포츠 분야에도 영향력이 강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도통신은 "올림픽 개최 준비가 더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모리 회장의 발언은 진화되기는 커녕 훨훨 불타올랐다"면서 "일본의 구세대 남성 사회의 감각을 어쩌다가 드러내게 된 사건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위에 성리된 일본 정치의 모습도 드러났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일으키는 비극이 본인에게만 머무르면 희극으로 끝나지만, 이것이 국가 차원이라고 한다면 극의 무대 자체가 위태로워질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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