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에 고개 숙인 일본 석학…무라오카 다카미쓰 별세

  • 일본 전쟁 책임·위안부 문제에도 목소리

  • 한국·홍콩 등 아시아 각국서 화해·교육 활동

이준 열사 순국 116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는 고인 사진연합뉴스
이준 열사 순국 116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는 고인. [사진=연합뉴스]
세계적인 성경 고전어 연구자이자 일본의 전쟁 책임과 과거사 반성에 앞장섰던 무라오카 다카미쓰 네덜란드 레이던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별세했다고 일본 그리스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1938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경 히브리어의 강조 표현 연구로 국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히브리어와 아람어 등 고대 성경 언어와 70인역 성경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영국 맨체스터대와 호주 멜버른대를 거쳐 네덜란드 레이던대 교수로 재직하며 히브리어와 이스라엘 고대사 등을 가르쳤다. 학문적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영국 학사원의 버킷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학문 활동과 함께 일본의 식민지·전쟁 책임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2000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가 됐던 네덜란드인 교사의 일기를 번역·편집한 '넬과 아이들에게 키스를'을 출간했다. 이 기록을 계기로 전쟁 책임과 화해 문제에 더욱 깊이 천착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위안부 강제연행'을 펴냈고, 네덜란드 피해 여성이 쓴 수기 '꺾여버린 꽃'도 일본에 번역 소개했다.

2003년 정년퇴임 이후에는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아시아 여러 나라 대학과 신학교에서 무보수로 강의 활동을 이어갔다.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을 찾아 전문 과목을 가르쳤다.

특히 2015년 5월 한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발표하고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2014년에는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와 한동대에서 강연했으며, 2023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이준 열사 순국 기념식에 참석해 특별 연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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