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어라]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가격 인상 없다더니... 비상구 ‘꼼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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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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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갑작스러운 국제선 항공편 비상구 가격 인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나빠진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잇속 챙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 이로 인해 앞서 밝혔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항공권 가격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약화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4일 국제선 항공편부터 사전 좌석 배정 일부를 유료로 전환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일반좌석보다 다리를 뻗을 공간이 넓은 '엑스트라 레그룸'과 일반석 전면에 배치돼 승·하차가 편리한 전방 선호 좌석이 추가 요금을 통해 선점할 수 있는 좌석이다. 엑스트라 레그룸은 비상구 좌석과 맨 앞 좌석을 뜻한다. 사전 유료 좌석은 2만~15만원의 추가 요금을 지급한 후 선점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에도 요금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일반석 차등제를 통해 사실상 요금 인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특히 문제점이 되는 것은 비상구 좌석이다. 비상구 좌석에 앉는 승객은 위급상황 발생 시 승무원을 돕는 게 의무다. 이로 인한 불편을 승객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상구 좌석의 공간이 넓어도 지금까지는 일반 좌석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모든 일반 좌석에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좌석에만 적용되고 다른 항공사들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아니다”라며 “비상구 좌석을 사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비상 상황 발생 때 행동 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안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통합 이후) 가격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말도 힘을 잃게 됐다.

그는 지난달 1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32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 조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독과점)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절대로 고객 편의 (저하), 가격 인상 이런 것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면 이번 논란처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와 경쟁하는 상태에서도 여름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요금 체계 변경, 할인 폭소 등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을 시행했다. 하지만 당시 이 역시 할인을 줄인 것뿐이라며 가격 인상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인상하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떠한 상황이 올지 불 보듯 뻔하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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