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커지는 ‘윤석열’ 존재감…고심 깊어지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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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12-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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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독주 탓 야권 대선주자 존재감 ‘희미’

  • 당내 비토세력도 상당수…갈등의 불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연일 커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힘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야권의 존재감도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현 정권과 각을 세우며 ‘대선주자’로서 몸집을 키우면서 범야권 대선후보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당내엔 윤 총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인사도 많아서 추후 당내 갈등의 불씨도 잠재돼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총장을) 경계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전날 “윤 총장은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에서 반발이 일어난 탓인데,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이) ‘나는 현재 정치할 계획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였다”고 수습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서 자꾸 대선후보군에 넣는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윤 총장이 무슨 정치적 비전을 보인 것도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반문, 반정권적인 정서가 모이는 현상”이라고 했다.

중진의원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권영세 의원은 “적절한 주장이 아닌 듯 하다”면서 “정부여당이 윤 총장이 정치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있는 게 무슨 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갈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윤석열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반헌법적”이라며 “일차적으로 윤석열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고,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일련의 사건은 국민의힘이 마주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윤 총장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부여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렇다 할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 탓이다.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지도부 입장에선 마뜩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상승세다.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 윤 총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5%로 1위를 기록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2.5%, 이재명 경기지사 19.1% 등으로 나타났다. 야권 주자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5.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7%,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2.4% 등으로 10%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대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윤석열 정국’이 장기화 될 경우, 야권 주자들의 공간은 더욱 좁아진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를 경험해 본 보수 정치권으로선 ‘윤석열 대망론’이 이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이 정치권에 입성한다고 해도 치열한 검증과 여권의 공세가 남아있다. 검증되지 않은 윤 총장 하나만 믿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의 ‘독주’는 우리로선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인사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윤 총장 수사팀의 수사를 경험한 인사들이 있다. 한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 윤 총장 영입을 얘기하는 것은 민주당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대선 주자로 내세우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가시화될 경우 반드시 터질 갈등의 씨앗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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