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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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사업단장
입력 2020-12-0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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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시대가 공식화되고 있다. 갈등과 충돌의 연속인 미·중 관계에서 무엇이 지속되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외치며 동맹국을 포함한 우방국과 경쟁국을 막론하고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압박과 긴장 정책을 추진했다. 1인 정치를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들과 일대일로 상대하고, 파리 기후협약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기도 했으며,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이나 이란 핵 협정등 기존 협정도 무력화 시켰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업을 강탈했다면서 관세 전쟁을 촉발했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해체나 중국 주도의 기술 패권에 대한 견제와 압박 정책을 통해 중국을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독재 정권’이며 ‘약탈 경제’국가로 규정하고 궁극적으로 대미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키고자 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전형적인 의회 정치가이며 8년의 부통령직 수행 경험을 가진 외교 행정전문가다. 당장 정책 우선순위는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tribalism)’를 치유하면서 민심을 통합하는데 둘 수밖에 없겠지만 그 역시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의 대통령임을 잊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의 첫 마디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였고 미국이 리드(America Must Lead Again)하는 다자주의 노선으로의 회귀였다. 동맹 관계의 회복을 공언하면서 국제기구 재 가입의사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7,300만 유권자의 의사를 여하히 수용할 것인지는 집권 내내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말과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 ‘미국이 리드하는 세계’는 사실상의 동의어다.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미국 중심’을 복원하겠다는 뜻이며, 이점에서 대 중국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기술절취와 해킹, 지식 재산권 도용과 불법적인 기술 이전 등으로 생산한 제품을 불법 보조금과 환율 조작을 통한 불공정 무역을 자행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재화를 군사력에 투사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면서 중국을 악마화(惡魔化)했고, 이는 미국 조야의 긍정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역시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전쟁에는 비판적이었지만, 일방적이고 거친 방법으로 시행되었다는 것이었지 중국 견제나 압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어서 관세 철회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대중 압박을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지만 방식은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다자주의·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혼자 책임지는 대중 전략보다는 ‘중국 대 국제사회’ 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동맹국이 환경·노동·무역·기술 및 투명성 관련 규칙을 제정할 것임을 밝히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누차 천명했다. 중국의 미래 기술 및 산업 발전 주도를 저지할 것임도 분명하게 밝히면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동맹’과 함께 중국에 맞서 가장 강력한 입장에서 무역 조건을 협상할 것임을 적시했다.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이나 대만관계법 이행은 물론, 중국의 인권탄압에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정책에 공감하는 미국 조야의 초당적 합의와 대중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생각보다 빨리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미국인의 삶과 국제지위를 강력히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바이든 당선인이 부드러운 태도와는 달리 원칙론을 견지하면서 우회적 협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동맹 관계 복원과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제도적으로 압박할 경우 대응 수위를 놓고 진통도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자가 중국의 첨단산업 추격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해 첨단기술 주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산업 재건’(Build Back Better)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중국에게는 부담이다. 중국 의존적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함으로서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바이든식 경제 민족주의’ 역시 트럼프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 역시 미·중 갈등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 국내 수요 확대와 국제 무역 활성화를 병행하는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를 제시했다. 또 대중 견제에 방점이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세계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11월 15일 타결시켰다. 미·중 갈등은 구조적으로 지속성이 있으며, 지역 구도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첨단 기술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탈 동조화’(decoupling)가 불가피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 중시와 미 하원의 ‘한미 동맹 강화 결의안’ 제출에서도 나타나듯 한국은 다시 린치 핀(linchpin)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중국에게도 한국은 미국의 포위 전략을 돌파를 위해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국가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어설픈 독자적 행보나 선택은 스스로의 입지를 제약할 수 있다. 우리의 ‘국가 이익’을 분명히 하고 사안별로 정리해 선택이 아닌 설득의 대상으로 미·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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