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한국의 자부심, 한국의 집행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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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12-0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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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다. 1년 중 가장 슬픈 시기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자. 한국은 프로야구 전 경기, 14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팀당 60여 경기만 치르는 초단축 시즌을 보냈고, 일본도 정상적이었으면 가졌을 팀당 142경기를 다 하지 못했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하지 못한 일을 한국이 해냈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과이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야구팬들, 조금 더 크게 보아 국민들의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때문이다.

올해 이른 봄,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매우 빠르게 냉각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즉시 봉쇄 조치를 내려야 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국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에 대한 신뢰가 강하지 않았던 국가들도 많았다. 서구 선진국들은 개인의 자유권을 주장하면서 국가가 권고했던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행태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국민들이 먼저 움직였다. 위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행동했다. 위기를 위기로 파악할 줄 알아야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런 행동 과정에서 마스크 사재기도 튀어나왔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혹은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대조해 보면, 나는 우리 국민들이 뭘 하자고 하면 강한 추진력으로 정말 산이라도 옮길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추진력은 코로나19 위기 때 ‘K-방역’으로 승화되었다. 한국 국민이 위기를 위기로 느끼고 상황에 맞게 행동했던 것은 경제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도 코로나19 위기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매우 빠르게 얼어붙었다.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냉각되었다. 그런데, 소비지출은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와 소매판매 실적 부문에서 국가별로 비교 가능한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2020년 1~4월의 지표 분석),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봉쇄가 일정한 수준으로 행해졌을 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소비자심리 위축이 심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소비자심리 위축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의 소매판매 감소 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가장 양호한 축에 속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인들이 유난히 걱정이 많은가. 걱정만 많고 실제로 대응은 별로 안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당시 한국에서 있었던 방역 노력, 마스크 착용 캠페인, 배달 전쟁 등을 떠올리면 오히려 상황 파악이 빠르고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위기를 헤쳐 왔다고 볼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우왕좌왕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자국 영토에서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치른 국가로서 유일하게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한국. 여기까지 온 것은 자연자원이 풍부해서도 아니고 외국 식민지가 있어서도 아니다. 인적 자원의 힘이 컸다. 앞으로도 한국의 국력은 국민들의 역량에 좌우될 것이다. 인력 자원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올려야 한국이 소멸되지 않고 글로벌 강국을 유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인구절벽을 막아야 한다. 인구 급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막아야 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축복이니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면 출산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회 내 고령층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고령 노동 지속, 지자체 소멸, 국가부채 확대 및 마이너스 성장 고착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누군들 자녀를 갖고 싶지 않겠냐마는 다양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이유로 결혼을 미루고 자녀를 낳지 않는다. 때문에 단기간에 출산을 대폭적으로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실현 가능하면서도 윤리적 차원에서 해법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인공임신중절(낙태)을 막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낙태에 대응하는 복지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피할 수 있는 낙태를 방지하는 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낙태만 막아도 인구절벽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의료·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방역 단계와 실제로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의 조정이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을 자주 봐 왔다. 거리두기 1.5단계는 2단계로 가기 위한 사전 경고 의미를 지녔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1.5단계로 격상할 것을 검토한다는 또 다른 사전 경고 단계를 두면서 방역에 허점이 자주 노출되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준에 충족되면 그에 맞는 대응 단계로 지체없이 가야 했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 트렌드는 화상회의가 발달하고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공개적인 접근이 더 많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표정을 느끼며 소통하는 인간적인 교류에서 창출되는 지적 수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인재들이 중국의 상하이, 일본의 도쿄가 아닌 한국의 서울을 근무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적인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NC다이노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집행검’ 세리머니를 했다. 그들이 가장 자부심이 있다고 하는 모기업의 게임 상품인 리니지, 그 게임의 최고 인기 아이템이자 압도적인 성능을 보유한 집행검을 높이 들었다. 한국의 자부심, 한국의 집행검은 한국 국민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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