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장기화] 환율 속도조절 ‘최적의 타이밍’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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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1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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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0원선 위태…심리적 지지선 1050원까지

  • 당국 개입 불가피… “환율조작국 오를라”

[그래픽=아주경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환율 1100원 선마저 위태해졌다. 심리적 지지선이 1050원까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으나, 국내 수출 기업에 비상등이 켜진 분위기다. 특히 해외에 생산공장이 없는 국내 기반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직접 환율 속도조절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 탓이다. 시장 개입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하락세라면 당국이 한 번쯤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050원까지 낮아진 심리적 지지선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까지 8거래일 만에 25.1원 급락했다. 지난 9월 말일(1169.5원)과 비교하면 한달 반 만에 59.5원 떨어졌다. 11일 환율은 1110.0원에 마감하며 연저점을 갈아치웠고, 장중에는 111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이날 환율 종가는 2018년 6월15일(1097.7원)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12일과 13일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지만,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은 1050원까지 낮아진 분위기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이 달러 약세를 지지하고 있는 데다, 위안화 역시 중국의 견조한 경기 회복세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는 1100원 위에서 움직일 전망"이라면서도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이 1050원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은 달러당 원화값의 상승을 뜻한다. 원화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달러 대비 올랐다는 의미지만,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화로 환산한 기업 매출이 줄어들어 채산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물가지수(92.51)는 환율 급락세에 1984년 12월(91.09) 이후 3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폭 너무 커...당국 개입 불가피"
환율이 1100원 선도 위협하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환율조작국 판단 요소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해당돼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당국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으로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 등 국제 교역 상황이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수출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라 당국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하면 기업도 여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을 벌 수 있지만, 하락 속도가 가파르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은 1050원 선까지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해외에 생산 공장이 없는 중견 및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1130원 선이 무너졌을 때 이미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최적의 타이밍'에서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환율의 방향성은 바꾸지 못한다"며 "하락폭을 축소시키기 위한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016년 말과 2017년 말에 종가를 관리하기 위한 실매수 개입이 있었다"며 "심리적 상징성이 워낙 큰 1100원 선을 막기 위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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