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상 딛고 300승 정도윤 기수 "목표는 여전히 리딩자키"

  • - 쇄골 골절 공백 극복...데뷔 10년 만의 금자탑

  • - 지난해 대통령배 이어 올해 경기도지사배 접수

  • - "독한 재활로 성숙해져...성실함으로 100% 보답"

쇄골 골절 부상을 극복하고 데뷔 10년 만에 개인 통산 300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정도윤 기수사진정도윤 기수측 제공
쇄골 골절 부상을 극복하고 데뷔 10년 만에 개인 통산 300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정도윤 기수[사진=정도윤 기수측 제공]

"모든 기수가 마찬가지겠지만, 경주로 위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저 혼자만 딱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을 때 그 느낌이 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쁩니다. 사실 그 맛에 고삐를 잡는 것 같습니다."

부상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자에게선 단단한 향기가 난다.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탑클래스 자키’ 정도윤 기수(31·95년생)가 마침내 개인 통산 3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200승 고지를 밟은 이후 무려 900일 만에 일궈낸 눈물겨운 결실이다.

지난 31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제3경주. 정도윤 기수는 ‘메이드희망’과 호흡을 맞춰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꿰찼다. 경주 내내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는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 아홉수도 없었다. 300번째 우승 사인이 전광판에 켜지는 순간이었다. 

정 기수는 “게이트를 나설 때는 승리를 직감하지 못했지만, 4코너를 돌고 직선 주로에 접어들었을 때 ‘됐다’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할 때의 기분을 묻자 “주변에 아무도 없고 혼자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맛에 기수를 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쇄골 골절'의 시련...자책 대신 몸을 굴려 정신을 깨우다
일찍이 그는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은 인재였다. 지난 2017년 호주 코프스하버 경마장 원정 당시 출전 4번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역량을 입증했고, 지난해에는 최고 권위의 '대통령배(G1)' 대상경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2025년에는 승률 13.3%, 복승률 22.7%, 연승률 32.7%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가장 뛰어난 '커리어 하이'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승 달성 이후 찾아온 쇄골 골절 부상은 그에게 2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강제했다. 기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대수술에 정신적 위축과 자책이 뒤따랐다.

정 기수는 "처음으로 그렇게 큰 수술을 해봤기에 스스로 자책도 많이 하고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어 "말을 탈 때 쓰는 근육은 일반 운동과 달라서 오랜만에 복귀했을 때 몸에 무리가 많이 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슬럼프를 극복한 비법은 역설적이게도 '더 정직한 노동'이었다. "생각만으로는 마인드 컨트롤이 어려워 아예 몸을 더 잘 만드는 쪽으로 정신을 돌렸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서 몸을 만들어 놓으니 복귀했을 때 성적도 잘 났고, 정신적으로도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원래도 열심히 했지만 '더 열심히 하자'는 지독한 다짐이 그를 다시 주로로 이끌었다.

스스로를 재능파가 아닌 '성실파'라고 정의한 그는 "저는 재능이 크게 있다기보다 성실함이 제 무기라고 항상 생각한다"며 "남들보다 한 마리라도 더 타려고 했던 것, 그게 저한테는 남모르게 흘린 땀방울"이라고 강조했다.
의심 없이 믿어준 마방, 그리고 서울서 내려온 팬들의 무게
지난해 대통령배 대상경주 우승 직후 사인하는 정도윤 기수사진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지난해 대통령배 대상경주 우승 직후 사인하는 정도윤 기수[사진=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이러한 지독한 재활 노력은 그를 부상 전보다 '더 성숙한 기수'로 진화시켰다. 공백기 이후에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준 조교사와 마방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 기수는 "공백기 이후에는 마방 관계자분들이 저를 의문스럽게 보실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런 의심 없이 다시 기승 기회를 주셨다"며 "좋은 기회를 받고도 잘 못했을 때는 미안함이 너무 컸다. 그래서 대상경주나 이번 300승처럼 큰 우승을 했을 때 그 감사한 분들께 꼭 공을 돌리고 싶었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300승 달성 당일,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소회를 묻자 의외로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300승인 건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한 승 한 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감격하기보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것.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매 순간 내딛는 걸음에 집중하는 프로의 자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현장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찾았다. 그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먼 길을 내려온 팬들이 관람대를 지킨 가운데, 정 기수는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프로 운동선수는 팬들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며 "그 응원의 감사함을 항상 알고 있기에 주로 위에서 늘 제 능력의 100%를 보여주는 기수가 되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의 상승세는 2026년 현재진행형이다. 직전 주 일요일에는 서울 원정 경주였던 '경기도지사배(G3)' 대상경주를 우승하며 정상급 기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올해 안에 작년 대통령배와 같은 더 큰 대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는 것이 당면한 목표다.

그러나 그의 최종 목적지는 데뷔 초부터 가슴에 품어온 '리딩자키(시즌 다승 왕)'다. 꿈의 무대에 다가서기 위해 보완할 점에 대해 정 기수는 "프로 운동선수로서 1등을 하기 위해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리딩자키 자리에 계신 선배들을 보면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런 단단한 모습을 본받고 채워나가야겠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과거 좋은 기억이 있는 해외 무대에 대한 야망도 슬쩍 내비쳤다. "호주에 있을 때 그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경마장 분위기도 그렇고,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대중이 보여주는 존경심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편인데 호주는 그렇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성실함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시련을 극복하고 당당히 통산 300승을 달성한 정도윤 기수.

아홉수도 없이 단숨에 고지를 밟은 그의 서사는 이제 리딩자키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고삐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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