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협조개입 '약발' 1주일 만에 반감…日 사상 최대 흑자에도 다시 160엔 위협

  • 엔·달러 환율 155엔대서 159엔대로 재상승… 투기성 엔화 순매도 70% 감소

  • 해외서 번 돈 현지에 재투자… 상반기 금융수지로 18조 4893억 엔 유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의 환율 협조개입 직후 달러당 155엔대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159엔대로 상승하며 160엔을 위협하고 있다. 불과 1주일 만에 개입 효과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투기세력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대폭 줄었지만, 일본 기업의 해외 수익이 국내로 원활하게 돌아오지 않는 데다 원유 수입 등을 위한 달러 수요도 이어지면서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11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16~159.18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앞서 1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한때 159엔대로 상승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달 말 미·일 협조개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입 직전인 지난달 30일 달러당 162.8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3일 한때 155.20엔 부근까지 떨어졌다. 사흘 만에 7.60엔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5거래일 만에 하락 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환율은 이른바 50% 되돌림 구간에 해당한다. 이 구간은 향후 흐름을 가르는 주요 분기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시장의 관심은 개입 이후의 하락분을 모두 되돌릴지에 쏠리게 된다.

차트에서도 개입의 한계가 드러난다. 최근 200거래일의 종가를 평균해 중장기 흐름을 보여주는 200일 이동평균선(MA)을 시장에서는 매매와 손절매의 기준으로 쓴다. 이 선이 이번에는 엔화 강세를 막는 벽이 됐다. 엔·달러 환율은 개입 직후 200일선을 뚫고 내려갔지만 이 수준에 안착하지 못한 채 다시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개입이 엔저 기조까지 바꾸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크리스토퍼 럽키 미국 포워드본즈(FWDBOND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이 커지고 거래 자금도 불어난 만큼 "환율 개입만으로는 환율의 방향을 바꾸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입이 아무 효과도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포함된 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4일 기준 4만 5473계약으로 일주일 새 70% 줄었다. 주간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마크 챈들러 미국 배넉번캐피털마켓 최고 시장전략가는 "개입은 투기세력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되사도록 압박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엔화는 다시 밀렸다. 닛케이는 일본 수입기업 등 실수요의 달러 매수가 그만큼 뿌리 깊다고 봤다.
 

일본 사상 최대 흑자


일본의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흑자가 엔화 매수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드러난다. 일본 재무성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17조 4292억 엔(약 154조8127억원)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과 아시아 지역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도 7421억 엔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2021년 이후 5년 만의 상반기 흑자다.

통상 경상흑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엔화로 바꾸는 수요를 만들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상반기 평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8.24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8.54엔보다 약 10엔 상승했다. 흑자가 쌓이는 동안 엔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경상흑자를 가장 크게 떠받친 것은 일본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과 이자 등을 반영한 1차 소득수지였다. 흑자 규모는 20조 4914억 엔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문제는 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반기 대외 직접투자 15조 9083억 엔 가운데 40%가 넘는 6조 5086억 엔은 해외 자회사에 남겨둔 재투자 수익이었다. 구고 쇼타로 국제통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상흑자의 절대 규모만큼 엔화 매수 수요가 생기지 않는 것은 해외에 남는 재투자 수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외국인의 대일 직접투자는 4조 2623억 엔으로 일본 대외 직접투자 규모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권투자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금융수지를 통해 18조 4893억 엔의 자금이 일본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통상 엔화가 약해지면 해외투자보다 일본 국내 투자가 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엔화 매수 수요가 엔저를 완화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대 중반에 머물러 있고 일손도 부족하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인력 부족 등 국내 공급 제약이 환율을 통한 조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봤다.

최근 원유 가격 상승도 엔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에너지 수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10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82달러대까지 올랐다.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수입기업의 달러 수요가 늘어 엔화 가치가 하락하기 쉽다. 실제 6월 경상수지는 923억 엔 적자로 1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동 정세 혼란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수입액이 전년 동월보다 24.3% 늘었고, 엔화 기준 원유 수입가격은 1㎘당 11만 7684엔으로 84.7% 올라 197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해외에 눌러앉은 투자 수익, 좀처럼 늘지 않는 대일 투자, 여기에 원유 수입 부담까지. 엔화를 팔아야 할 이유는 시장 곳곳에 깔려 있다. 개입으로 며칠을 벌 수는 있어도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개입 이외의 금융정책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엔화 매수에 함께 나섰던 미국도 엔화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금융정책 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엔화의 대폭적인 과소평가를 시정하기 위한 금융 조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적었다.
 

일본은행 조기 금리 인상론


이 같은 엔저 고착화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BOJ) 내부에서도 조기 금리 인상론이 커지고 있다. 10일 공개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서 복수의 정책위원이 조기 인상에 전향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 위원은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금리 분석기관인 도탄리서치에 따르면 금리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67%까지 올랐다.

일본은행 이사를 역임한 몬마 가즈오 미즈호종합연구소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엔화 안정을 바라는 미국의 뜻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은 현재 1.0%인 정책금리가 올겨울에서 내년 봄 사이 1.5% 수준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주에는 변수가 하나 있다. 개입만으로 엔저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일본의 오봉(お盆) 연휴가 13일 시작되고 미국도 여름휴가철이라 거래량이 줄어든다. 환율이 크게 움직이기 쉽고, 적은 금액으로도 시세를 흔들 수 있는 시기다. 달러당 160엔을 넘어설 경우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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