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 관광지 오버투어리즘 몸살에 '이중가격' 시도

  • 히메지성, 비시민 입장료 2.5배 올리자 3월 수입 두 배… 입장객은 15.8% 감소

  • 국적 대신 거주지로 차등해 차별 논란 우회… 돈 되는 묘수일까 제 발등 찍기일까

출처JNTO
연도별 방일 관광객[출처=일본정부관광국(JNTO)]



일본 효고현의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인 히메지성. 지난 3월 1일부터 이곳 매표소에는 두 개의 가격표가 걸렸다. 히메지 시민은 1000엔(약 9520원), 그 외 방문객은 2500엔(약 2만3800원).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히메지 시민이 아니면 종전의 2.5배를 내야 한다. 결과는 곧바로 갈렸다. 3월 입장료 수입은 약 2억 7000만 엔으로 1년 전의 두 배로 뛰었지만, 3~4월 입장객은 약 3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5.8% 줄었다. 곳간은 채웠지만, 발길은 줄었다.

주민과 관광객에게 다른 요금을 매기는 '이중가격'이 일본 관광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방일 관광객 급증으로 혼잡·소음·쓰레기·불법주차 같은 오버투어리즘 부담이 커지자, 더 받은 수입을 문화재 보존과 청소·경비에 충당하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기준 마련에 나섰다. 관광청은 지난 4월 전문가 회의를 열고, 이중가격을 도입한 지자체 사례를 조사해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본이 관광객 지갑을 겨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방일객 소비액은 약 9조 5000억 엔으로 전년보다 16.4% 늘어난 가운데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6조 6000억 엔)을 웃돌았다. 관광이 어느새 일본의 주요 외화벌이 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인구 감소로 내수가 쪼그라드는 일본에서 관광 산업은 놓칠 수 없는 성장 동력이 됐다. 다만 그 대가로 지역 주민이 떠안는 생활 불편도 함께 커졌다. 관광 수입은 늘리면서 이 불편은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일본은 이중 가격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관건은 '어떻게' 더 받느냐다. 외국인만 겨냥해 비싸게 받으면 국적 차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 지자체들은 국적이 아니라 거주지를 기준으로 삼는 '시민 할인'을 택했다. 히메지시도 2024년 외국인 입장료를 시민의 약 6배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 방식으로 선회했다. 외국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관광객이 더 내게 하는 우회로다.

'시민 할인'은 일본 곳곳으로 잇따른다. 가고시마시는 지난해 10월 14개 시설에서 100~500엔, 기타큐슈시는 올해 4월 고쿠라성 등 4개 시설에서 100~200엔 수준의 시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교토시는 2027년도부터 시내버스에 요금 차를 시민과 비시민 간 최대 두 배로 두는 '시민 우선 가격'을 검토 중이다. 이 제도가 실현되면 대규모 노선버스로는 일본 첫 사례다. 중앙정부도 가세했다. 재무성은 운영비를 입장료로 충당하려면 방일객 요금을 일반의 2~3배로 매겨야 한다고 봤다.

이중가격은 일본만의 실험이 아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미국 그랜드캐니언 등 11개 국립공원, 이탈리아 트레비분수가 올해 외국인 등에게 요금을 더 받기로 했다. 무료였던 영국 대영박물관도 외국인 입장료를 검토 중이다.

이중요금제 전략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요금을 올려 재원은 늘릴 수 있지만, 히메지처럼 오히려 발길을 줄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리코경제사회연구소의 하가 유리 연구원은 닛케이에 "외국인 관광객을 배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관광자원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조정장치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금 차이의 근거와 사용처를 명확히 설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짚었다.

2025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약 945만 명으로 국가별 1위다. 일본 관광지 이중요금제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적용받는 셈이다. 한편, 한국도 북촌 한옥마을과 제주 등에서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이중가격 실험이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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