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바이든 우세 속에 마지막 남은 美대선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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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10-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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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더 경제를 확실히 살릴 수 있나?’, 지지율 줄어들면 트럼프 프리미엄 작동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코로나19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서 지구촌 주요 국가들의 정권이나 리더의 교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국가가 일본이다. 최장수라는 기록 경신을 하자마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전격 사임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가 직접적 원인이라지만 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역과 경제 회복, 올림픽 개최 불투명, 대외 관계 악화 등 산적한 현안을 꿰뚫고 나가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향후 서방 국가들의 선거가 줄 잇고 있어 결과에 따라 글로벌 질서를 크게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짙다. 당장 올 11월 미국 대선, 내년 10월 독일 총선, 2022년 상반기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대선 예정되어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각각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여 일도 남지 않는 미국 대선의 향방에 대해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난하게 재임에 안착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의 패배가 점쳐지고 있는 판세다. 미국의 언론들은 앞다투어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국가들일수록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난 4년간 트럼프의 좌충우돌에다 일방적 공세에 시달려온 상대들일수록 판도의 변화가 가지고 올 유불리에 대해서 철저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트럼프가 투박하고 수를 자꾸 바꾸기는 하지만 비위만 맞추면 언제든지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노선이 확연히 다르다.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강경하며 보수적이다. 대내적으로는 백인·부유층·기업에 친화적이고, 대외적으로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질서 유지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진보 정당으로 노동자, 서민, 유색 인종 등 약자나 소수의 이익을 대변한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을 선호하며, 인권 혹은 윤리 강조, 동맹이나 외교 등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공화당이 집권하면 대외적인 충돌이 잦은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원칙과 인내를 지속하면서 개입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공세가 두드러지면서 여론을 의식한 듯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달라질 몇 가지 대외 변수를 상정해 본다. 우선 독불장군식으로 몰아붙이는 트럼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나올 공산이 크다. 큰 틀을 만들고 이에 걸맞은 각각의 조합을 짜 맞추어 일관성과 효율성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고령임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하며, 정권에 참가하는 참모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편과 아닌 편을 명확히 구분하고, 진영 내의 협력은 강화하면서 진영 밖에 대해선 더 강한 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일례로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합류하고, 유럽과도 나토(NATO) 동맹을 강화하면서 느슨한 틈새를 노리는 중국의 의도를 차단하는데 치중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 가능성에 중국 촉각, 한반도 상황 더 꼬일 수도 있어 시나리오 플래닝 필요

벌써 중국에서는 바이든에 대한 경계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향후 행보를 전략화해 나오는 과정에 있었으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초조감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4년간 트럼프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중국의 국익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고, 협상만 잘하면 피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임기응변만 잘하면 시간도 벌 수 있었다. 트럼프 일방주의에 신물이 난 유럽이나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들까지 중국과의 협력에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엄격한 국제 공조와 동맹의 원칙을 고수하게 되면 중국의 고립화가 훨씬 더 빨라지고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의 계산식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반도 사정도 그리 녹록지 않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외견상 보수 쪽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반기는 처지고, 진보 진영에서는 바이든의 승리가 유리하다고 보는 듯하다. 현 집권 여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당선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트럼프 측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데다 결과 만들기에 성급함을 계속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재자의 역할과 북한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물타기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뭔가를 챙기려는 북한으로서도 트럼프가 입맛에 당연히 맞는다. 오바마 시절을 참작해 봐도 바이든이 들어서면 대화가 단절되면서 냉각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

현재 대선 판도를 보면 바이든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변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판세지만,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에 남은 하나의 꼬리표가 있다. 누가 더 미국 경제를 확실히 살릴 것인가에 대한 표심이다. 갖은 막말과 무례한 행동으로 반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트럼프에 대한 믿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전례 드물게 호황을 누린 것도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과 관련한 야당과의 협상을 선거 후로 연기한 것도 마지막 쟁점으로 경제를 띄우기 위해서다. 남은 기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 현직 프리미엄으로 돌파해낼 가능성도 있다. 여하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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