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美의 中 고사작전 ..'제2의 일본 만들기' 성공할까?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입력 : 2020-09-25 08:49
- ‘디커플링 중국’이라는 고립화 작전 본격 가동, ‘하나의 중국’ 역린까지 포함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11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침이 없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캠프 공히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하다. 보호무역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 거칠다고 보면 전혀 이상한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 여론의 70% 이상이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들의 행보를 부추긴다. 선거 캠페인에서 중국 이슈는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메뉴다. 트럼프 진영은 고삐를 더 조인다. 그동안 벌어 놓았던 경제적 성취가 코로나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음에 따라 초조함이 역력해 보인다.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은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단기적인 전과물 노획에 혈안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경제에 당분간 비상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확산 추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U자형 회복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73년 만에 최저치인 -31.7%에 달해 3분기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3분기에 다소 회복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면 상대인 중국 경제는 외면적으로 거뜬하다. 코로나를 일찍 두들겨맞은 탓에 회복도 빠르다. 미국으로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금융 인프라의 붕괴와 실물경제로의 전이로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데 수년이 소요되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오히려 중국 경제는 미국에 대적하는 G2로 부상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마침내 패권을 운운하는 사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판이다.

코로나의 충격은 금융위기 때의 상황과 확연히 다르다. 충격파의 정도가 5배 이상으로 크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만약 이 판국에서 중국에 밀리면 미국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현재 돌아가는 판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10여년 전과 거의 흡사하다. 중국은 놀랍게도 이를 잘 간파하고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서 재빠르게 치고 나온다. 중국의 계산으로 보면 절호의 기회다. 내부 싱크탱크는 2032년이면 중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국의 초조함이 중국에 칼을 빼들게 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약한 연결고리, 즉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중국의 예봉을 사전에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이 총성 없는 전쟁은 아직 초반전에 불과하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칼을 쉽게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식 작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제2의 일본 혹은 구(舊)소련으로 고사시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첫 단추는 중국 경제를 외부로부터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다. 중국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을 밖으로 빼내고,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상품으로 거래를 하는 기업들의 진입 루트를 차단하는 것이다. ‘기술 냉전’이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밑동을 베어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중국도 미국의 의도 간파하고 철저하게 대비, 누가 이길지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향방

미국은 이미 화웨이로 들어가는 공급망 길목을 차단하였고, 위챗도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틱톡은 오라클과의 제휴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미국은 미국 내 2만5000명의 일자리를 챙겼다. 미국은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구글, 페이스북의 중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면서 자국 플랫폼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키웠다. 미국 기업과 대적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의 고민이 있다. 대다수의 미국 IT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금융 혹은 실물 디커플링 강경책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양국 경제가 완전히 갈라지지 않는 이상 기업 간의 물밑 거래 움직임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미국 주도의 공동화 작업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보따리를 싸는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고 일본, 유럽, 한국, 대만 기업들까지 합류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5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중국을 떠났다. 미국 정부는 ‘매뉴팩처링 USA’ 프로젝트를 가동, 리쇼어링하는 기업의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이후 2400여개의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유턴하였다. 일본 기업도 이에 적극 가세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1700여개 기업이 중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찻잔 속의 태풍이라면서 애써 깎아내리고 있지만 내심 중국도 좌불안석이다.

미국이 구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중국의 급소인 ‘하나의 중국’ 허물기다. 대만과의 관계를 급진전시키면서 경제 교류에서 군사 분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 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중국과 잦은 충돌을 하고 있는 인도와, 공급망 재편으로 가장 수혜를 입을 동남아 국가까지 포함하고 있다. 갖은 잡음으로 좌초위기에 빠진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맞불 놓기인 셈이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중국, 제2의 일본 만들기’ 의도를 익히 잘 안다. 이를 피해 나갈 방법도 다각적으로 준비해 두고 있다. 관심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갈 것인가와 우리의 대응 논리다. 그 결과는 코로나19의 향방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있다.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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