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코로나의 역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얼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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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09-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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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기술+아날로그 감성’, 본질과 트렌드의 교차점에서 시장 선점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창궐이 7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2차 감염으로까지 확대되어 지구촌이 패닉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 실업, 경제난 등으로 연결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설상가상이다. 방역과 경제의 우선순위를 두고 이제는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추세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일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결별해야 하는 익숙한 것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대부분 국가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언제 정상화된다는 기약이 없다. 희미하게나마 가졌던 ‘V’자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판세다. 격리·폐쇄·고립으로 끝날 시점이 보이지 않는 단절된 세계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례들을 살펴보자.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2%로 고꾸라졌는데도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빅테크4의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했다. 애플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어서서 모두가 놀랐다. 나스닥 과열로 제2 닷컴 거품 우려마저 나온다. 비(非)대면 일상화로 앱·게임·음악 등의 유료 이용자가 1억명이나 늘어났다. 아마존은 쇼핑·엔터테인먼트·교육 등 기존의 일상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길목을 잡은 것이 주효했다. 9월 초에는 나스닥이 폭락하기도 해 랠리 공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빅4의 실적도 호조다. 코로나 사태에서 GAFA와 BATH, 즉 미·중 IT 공룡들의 플랫폼 선점 경쟁이 소프트웨어 주도권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으론 집콕 혹은 방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홈코노미(Hom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집의 기능이 단순 휴식에서 그치지 않고 일과 여가가 더해져 ‘멀티 홈(Multi-Home)’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른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선을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전과 사무용 가구, 홈트(홈트레이닝) 등의 매출 증가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게임 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삶의 반경이 좁아지면서 필수적인 것과 필수적이지 않은 것에 따라 소비의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일과 소비, 여가 활용 방식이 달라짐으로써 전혀 다른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의 방식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기업 10곳 중 4곳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정도다. 한동안 꼬리를 감췄던 ‘스마트워크(Smart Work)’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보편화되면서 소통 공간이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이 총동원되어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 이벤트가 늘어난다. 일례로 화상회의 지원 시스템인 ‘ZOOM’ 서비스 이용자가 불과 3개월 만에 1000만명에서 3억명으로 늘어났다고 할 정도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구태여 도심이나 사무실 가까이에 살 필요가 없어진다.

방역에 성공하면 프리미엄 누릴 수 있어, ‘코리아 프리미엄’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한편으론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도 크게 변하고 있는 조짐이다. 대세인 온라인 쇼핑과 더불어 골목 상권의 재발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집 근처 동네 중심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춘, 특색있는 서비스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이 이 상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다.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 앱도 속속 등장한다. 이 중고(中古) 물품을 사고 파는 공유경제의 사고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 정착된 동네 상권 중심 소비가 자리를 잡아갈 태세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집에 관한 관심 증가는 생활 양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집을 비우고 채우면서 ‘코로나 미니멀 라이프’라는 생존의 지혜가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집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집에서도 간편한 식사가 아닌,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1인이 아닌 2~4인 가족을 표적으로 한 ‘밀키트(Meal Kit)’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신선 혹은 건강기능 식품의 수요도 확대일로다.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과자류 등 간식 수요도 덩달아 호조다. 해외에서는 한국 가공·냉동식품의 인기가 치솟아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 발발 이후 CJ 비비고 만두는 해외 매출이 2배나 증가했다. 라면, 제과, 스낵 등도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이 급증하며 코로나 특수를 만끽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트렌드를 읽고 기민하게 움직이면 불황 중에도 호황을 누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구촌 전역이 아우성을 친다. 조기 방역에 성공하면 경제에서도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있고 프리미엄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이 경쟁에 사활을 건다. 코로나로 생겨날 수 있는 ‘코리아 프리미엄’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자극제이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방역에 성공하는 듯한 기미를 보이면서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 특수 상황이 반짝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부터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면서 이미지가 다소 실추되고 있기도 하다. 방역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우리에게 전 세계 코로나 안방을 점령할 수 있는 K-식품, K-콘텐츠 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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