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실속 없는 친중(親中)·친일(親日)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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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08-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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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편중 탈피, 균형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국익과 미래지향성 견지해야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코로나19로 각국의 정치 지형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미국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대의 관심사는 지난 4년간 껄끄러운 상대였던 트럼프를 밀어내고 상대인 바이든이 대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로 모인다. 현재의 여론 추세라면 바이든 쪽에 무게 추가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남은 변수가 있어 섣불리 장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이웃 일본도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최장수 총리로 승승장구하던 아베는 건강 문제로 구설에 올라 연내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흘러나온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시진핑은 코로나 초기에 리더십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긴 했지만, 다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참에 중국 외교의 최고 사령탑인 양제츠 국무위원이 방한하여 시선을 끈다. 그의 방한은 다분히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다. 양국 간 코로나 대응 협력, 시진핑 주석 방한 등 고위급 교류,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내용들이다. 미묘한 시기에 방한하고 있어 향후 한국 정부의 ‘물타기 외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다. 한편 8.15 광복절에 즈음하여 한국 정치권이 다시 시위를 당긴 반일(反日) 감정과 맞물려 국내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틈새를 교묘히 활용하기 위해 특유의 외교력을 동원하고 있는 듯하다. 자칫 경솔한 판단을 하면 거스를 수 없는 큰 혼돈에 빠질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웃 국가와의 관계에서 우리 내부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큰 줄기는 친중(親中)파와 친일(親日)파가 엇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면 양측의 논리와 주장이 매우 팽팽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기업인, 정치인, 지식인, 일반인 등을 망라하여 골고루 양 진영에 적절히 분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각자가 처한 이해관계에서부터 미래지향성 등에서 다양한 각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쉽사리 어느 편에 서다가는 일방으로부터 거침없는 공격 세례를 받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다 보니 국익을 위한 냉철한 접근과 합의를 찾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완화되기보다는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진다.

우선 기업인들을 보자. 이들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다. 시장을 중시하는 기업은 중국 쪽에 부등호를 찍는다. 반면 다른 쪽은 제조업의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중국과는 1992년에 수교가 되었으니 전부가 그렇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교류가 짧다. 일본과는 1965년에 국교 정상화가 되었으니 기업 교류의 뿌리가 훨씬 깊다. 최근 중국 시장의 기류 변화로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수긍한다. 동남아나 인도 등이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적 애로다. 소재·부품·장비의 탈(脫)일본을 부르짖고 있지만, 제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기업인, 정치인, 지식인, 일반인 등으로 나누어진 여론을 아우르는 합리적 중심 필요

정치권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정권 색깔에 따라 노선이 다름을 경험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안다. 현 정권은 최근 국민 정서가 일본보다는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에서 진영 논리로 친중·반일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여론의 향배는 수시로 바뀐다. 사드 보복이 완전히 풀리지 않음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이탈하고 있는 부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베 정권과는 최악의 지경으로 발전함으로 인해 일본과 계속 이렇게 맞서야 하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생겨나고 있는 마당이다. 중국이 북한과 일본이 미국과 얽혀 있다는 점도 무게 중심을 잡는데 애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식인들은 어떤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면서 편협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지식에 맹신한다. 보편적으로 진보주의 성향의 지식인들은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 그들은 그것이 신(新)사고이고, 보다 개혁적이면서 미래지향적임을 애써 강조한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지식인들은 전통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에 지나칠 정도로 경사가 되어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에 비교적 투철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양측이 모두 지식 이기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상대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친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편중된 지식에서 기인하는 오판과 잘못은 역사적으로도 검증된 사례가 많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일반인들이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시류(時流)에 따라 한 방향으로 쏠리다가도 특정 계기가 만들어지면 다른 방향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특정 사고에 굳어진 중장년층과 달리 청소년층일수록 이에 더 민감하다. 중요한 관점은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과 미래지향적이면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 나갈 것인가이다.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현상을 직시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연해져야 한다. 사드 경제 보복의 완전 철폐를 통해 민간의 경제 교류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과는 대화의 물꼬를 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강대국의 줄 세우기에 초조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안달하도록 하는 역발상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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