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의 운명, '추석'을 기점으로…팬데믹 속 달라지는 풍경

최송희 기자입력 : 2020-09-16 00:00

코로나 팬데믹 속 부산국제영화제의 운명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계가 위축됐다. 세계적 규모의 국제 영화제들은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영화제들은 내년을 기약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오프라인 개최 의지를 드러냈다.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모든 일정을 2주 뒤로 미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한다면 영화제 개최를 취소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에는 "미련을 갖지 않겠다"라고도 말했다.

코로나19 속 BIFF는 어떤 방향으로 개최될까?

14일 BIFF 측은 온라인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해 개·폐막작을 비롯해 영화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BIFF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돼 정상 개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8월 중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예정보다 2주여간 날짜를 미뤘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8월 중순 이후부터 개최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추석이라는 변수가 엄중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영화제 개최를 2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 말대로 '추석'은 코로나19의 변수.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영화제 개최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칸 영화제의 입장과 유사한데 저작권 문제나 감독들의 의사 존중, 관객들 존중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온라인에 미련을 갖지 않고 사태가 더 나빠지면 내년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의 운명은 추석 이후로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해 BIFF는 85개국 303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매년 300여 편을 상영해왔지만, 올해는 100여 편이 줄어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영화제의 메인 행사장인 영화의전당 내 5개 상영관에서 50명 미만의 인원으로 상영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초청작을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수가 80%가량 줄어 예년처럼 2~3회차씩 상영이 어려울 것 같다. 1편당 평균 1회씩 상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유수 영화제들은 무관객 영화제부터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와 무료 영화제 개최를 준비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칸 국제영화제는 6월 유튜브와 손잡고 온라인 영화 축제 '위 아 원'을 열었다. 프랑스의 칸, 이탈리아의 베니스, 독일의 베를린까지 3대 영화제를 비롯해 선댄스, 토론토, 트라이베카, BFI런던, 예루살렘, 마카오, 뭄바이, 로카르노, 시드니, 도쿄 국제영화제 등이 참석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무관객으로 행사를 치렀고, 스위스의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개최를 포기했다.

9월 2일 개최된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영화제 풍경은 예년과 달랐다. 팬들의 환호성이나 번쩍거리는 카메라 플래시도 없었다. 레드카펫 주위에는 2m 높이의 간이 벽이 설치됐고, 배우들을 비롯한 입장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한 뒤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입장객도 막고 모든 행사를 SNS 채널로 중계해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상영관도 마찬가지였다.

BIFF 역시 코로나19로 예년과 다른 풍경을 그리게 됐다.

스크린 및 상영 횟수는 감소하고, 수용 인원 제한으로 티켓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매표소가 운영하지 않아 온라인으로만 예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모든 상영은 인원 통제,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 지침을 따르기 위함이다. 현 상황에서 극장 등에 수용할 수 있는 인권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야외 행사 및 소모임 그리고 기자회견 등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이벤트 자체를 취소한다. 대중의 밀집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초청작 상영 외에 부대행사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취소한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아시아프로젝트마켓·포럼비프·아시아필름어워즈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아시아영화펀드·아시아영화아카데미 등 교육·지원 프로그램은 취소한다.

영화제 기간 활동했던 800여명 규모의 자원봉사자도 선발하지 않고 현재 고용 중인 130명 규모의 상근 및 계약 스태프로만 영화제를 운영할 생각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로 활력 넘쳤던 BIFF지만 올해는 다소 썰렁하게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BIFF 측은 행사는 대폭 축소되었지만, 퀄리티를 높이고 내실을 단단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 특징으로 △거장의 귀환 △ 화제작 △칸 2020 선정작 23편 △아시아 신인 감독의 강세 △한국영화 실력파 신진 감독들의 약진 등을 꼽았다.

남 프로그래머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차이밍량 감독·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마지드 마지디 등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들과, 선댄스·베를린·베니스 등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을 상영한다. 아시아 신인 감독의 영화가 많은데 올해는 여성 문제를 다룬 수작들이 많다. 또 한국영화들은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감독의 두, 세 번째 영화들로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던 칸국제영화제 선정작을 비롯해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의 초청작·수상작들도 대거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작품 라인업으로는 △'칠중주:홍콩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차이밍량의 '데이즈'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 등이다. 각 영화제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올해 BIFF 개막작은 홍금보(훙진바오), 허안화(쉬안화), 서극(쉬커) 등 7명의 홍콩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홍콩 이야기'로 선정됐다.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각 감독이 10여 분 남짓으로 만든 홍콩에 대한 애정 어린 송가를 모은 작품이다.

폐막작은 이누도 잇신의 동명 영화(2003)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 영화보다 희망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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