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권고에도 이재용 기소, "심의위 있으나 마나 한 제도…국가 경쟁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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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9-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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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기소 필요치 않다는 점 충분히 검토했음에도 번복"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수사심의위)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데 대해 '자기 부정'을 한 셈이라며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1년 9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1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 11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애초 이 수사의 시작부터 범죄가 명확해서 수사를 시작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의위가 열린 뒤에도 기소가 늦춰진 점을 지적하며 "심의위 이후에도 검찰이 회계 전문가를 부르고 의견을 듣고 했다는데 결과를 번복해야 하기 때문에 명분 쌓기를 한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심의위를 개최한 뒤 번복한 검찰의 행보로 오히려 법적 안정성이 훼손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심의위는 자격을 갖춘 사람 중 또 추첨을 거쳐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었다"며 "이들이 이미 기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검토했었기 때문에 이번 기소는 제도취지에 어긋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심의위에는 13명이 심의·표결에 참여해 10명이 이 부회장의 불기소 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는 삼성이 사법리스크로 또 2~3년을 보내게 됐다"며 "국민으로서 국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검찰이 수사심의위 판단을 뒤집으며 제도 의미가 퇴색된 만큼 나중에는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는 위원회에 법률 전문가도 포함돼 객관성이 있었다고 평가받는데 그런데도 검찰이 입맛대로 강행했다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재판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이번 기소로 삼성은 또다시 몇 년에 해당하는 경영리스크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수장이 기소됐다는 점에서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도 훼손될 것이고 다른 기업들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도 검찰의 기소에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를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판결을 받겠다"며 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이 부회장의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한편 심의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에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검찰이 스스로 나서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심의를 받고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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