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원했던 여순사건 특별법… 이번에는?

신동근 기자입력 : 2020-07-29 12:38
"명예회복을 위해 고단한 절차를 밟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되야"
"여순사건 희생자들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되어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올해 1월 20일 광주지법 김정아 부장판사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故) 장환봉씨(당시 29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한 말이다.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은 여순사건의 피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신의 부담으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해야 하는데, 여순사건으로 사망했다는 증거를 비롯해 무고하다는 증거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고단한 절차'라는 김 부장판사의 발언이 허언이 아닌 것. 국회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법안이 제출된 것도 여러 번이지만 번번히 좌절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현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순사건에서 민간인 희생자는 439명에 달한다. 민간대책기구인 여순사건재심대책위의 집계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희생자가 1만 5000명은 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앞서 다른 사건으로 제정된 과거사 관련 특별법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5.18특별법이고, 2000년 제정된 제주4·3사건 특별법도 있다. 주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안’ 제정노력은 21대 국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8일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52명이 동참했다.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와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유가족들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 조항을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알려졌다.

앞으로 여순사건 특별법안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앞서 좌절됐던 여순사건 관련 특별법과 달리 이번에는 제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의원들이 특별 법안 발의에 참여했고,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한 데다 위원장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종전까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특별법안은 2018년 11월 당시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 외 105명이 발의한 “치유와 상생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도 국회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폐기 됐다.

이후 법안이 제정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관해 묻자 주 의원 측 관계자는 “발의당시 여·야가 패스트트랙 사건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제정까지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답변했다.

소 의원은 “이번 특별법 발의에는 민주당 의원 152명이 동참해주셨다”며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가족분들의 명예회복을 향한 우리 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수·순천에서는 해당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권오봉 전남 여수시장은 "이번 특별법 발의는 여순사건으로 아픔을 받은 유족들에게 지난 세월의 아픔을 환하게 비출 촛불과 같은 희망이 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으로 여순사건의 진상이 정확하게 규명돼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허석 순천시장도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주신 유가족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 및 시민 단체 등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공동의 노력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여순71주년 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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