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재무제표 용어가 있다. 바로 '자본잠식'이다. 최근 정부는 상장폐지 제도를 손질하면서 완전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심사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자본잠식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새로 지정된 코스닥 기업은 모두 3곳이다.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올해 자본잠식률 61.8%를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회사는 90%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추진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상장폐지 위기를 피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를 비롯해 디에이피와 이원컴포텍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하며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자본잠식은 쉽게 말해 회사가 그동안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더 많아져 '초기 밑천'(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자산과 부채, 자본금 등 항목이 적혀 있다. 자산은 회사가 가진 현금과 공장, 건물 등 모든 재산이고 부채는 갚아야 할 빚이다. 자본총계(자기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다. 자본금은 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영하기 위해 주주들이 회사에 투자한 돈을 기준으로 계산한 기초 자금이다.
그래서 궤도에 오른 일반적인 기업은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많다. 자본금을 토대로 영업을 해 돈을 벌고 자기자본을 늘려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100억원인 회사가 있고, 해당 회사의 자산이 160억원 부채가 40억원이라면 자기자본은 120억원이다. 이 경우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많아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이후 적자가 쌓여 자기자본이 80억원으로 줄어들면 자본금(100억원)보다 적어져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자본잠식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부분 자본잠식은 자기자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다. 반면 완전자본잠식은 자기자본이 0원 이하가 된 경우다. 이 경우 상장사라면 상장 유지 여부를 심사를 받게 된다.
자본잠식 정도는 '자본잠식률'로 확인할 수 있다. 자본잠식률은 (자본금-자기자본)/자본금*100으로 계산한다. 자본잠식률이 높을수록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자본잠식에 빠지면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나 유상증자 등을 실시한다. 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결손금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감자는 회사의 자본금을 줄여 누적 적자를 정리하는 절차다. 자본금이 100억원인 기업에서 결손금이 발생했고 자기자본이 10억원인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자본금을 1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여 장부상 결손금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 자본잠식률은 90%에서 0%로 낮아진다. 회사에 새로운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유상증자는 새 투자자나 기존 주주로부터 자금을 받아 자본 자체를 늘리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재무제표상 자본을 회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투자자들이 최근 자본잠식을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도 생겼다. 정부는 올해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추진하면서 상장폐지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큰 변화 중 하나는 완전자본잠식 여부를 기존 사업연도 말뿐 아니라 반기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판단하도록 한 점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상장폐지를 피하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반기에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확인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어 부실기업에 대한 시장의 감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물론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반드시 회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무제표에서 자본이 빠르게 줄고 자본잠식률이 높아지고 있다면 투자자는 한 번쯤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본잠식은 단순히 적자가 났다는 의미를 넘어 회사의 체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고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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