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지원 요건 완화 없던일로…기업들 신청 주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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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07-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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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란 우려…관련 기업들 "기금 현실과 괴리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기안기금 심의위)가 이자율 하향 조절과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비율 완화 등을 논의했지만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기안기금 심의위원 일부는 기업들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기안기금을 신청을 주저한다고 보고, 일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심의위가 기존 지원 조건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기안기금이 실제 기업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가 23일 회의를 열고 지원 요건 완화를 논의했지만 기존 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금운용심의회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심의위는 23일 9차 회의를 열고 이자율 하향과 주식연계증권 최소비율 축소 등을 논의했지만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 심의위 위원은 "기안기금은 시중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이 아닌 코로나19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조건을 바꿀 경우 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기안기금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부담과 최대주주 지분율 감소 등의 조건이 기업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안기금 대출금리는 시중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한다. 이에 기안기금을 신청한 기업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 부담을 떠앉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경우 회사채 발행금리 3.8%(3년 기준)이지만 기안기금 지원을 받을 경우 4%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CB와 BW 등 주식연계증권 방식으로 지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익공유 차원에서 총지원액의 최소 10% 주식연계증권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안기금이 기업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기 때문에 주식연계증권 방식으로 지원받을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기안기금 신청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도 기안기금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 신청 1호 기업으로 예상됐던 대한항공의 경우 여전히 신청 일자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대신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부를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관련 사업부 매각에 성공할 경우 1조원가량의 유동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조원은 당초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에 요청한 액수다.

해운업계 역시 현행 지원 조건으로는 신청할 업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입금 5000억원 이상, 직원수 300명 이상 기업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자격에 미달한다. 현재 한국선주협회 회원사 154곳 중 이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10여곳에 불과하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식연계증권 방식 지원과 높은 금리를 떠앉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안기금은 지난 7일 신청공고를 냈지만 23일 현재 기금 신청을 한 기업은 없다.

관련 기업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에 오너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CB·BW 지원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기업들이 기안기금 신청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안기금이 코로나19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간산업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당초 조성 목표와 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의위는 기간산업 협력업체 운영자금 지원프로그램 운용 및 기금의 후순위증권 인수 등 지원방안을 의결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규모는 최대 5조5000억원이며, 이를 위해 기안기금은 이번 프로그램에 최대 1조원을 지원한다. 기금은 프로그램 참여 은행간 협약 체결을 조속히 체결하고 다음주 중 프로그램을 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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