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항공몽'…먹튀 논란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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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7-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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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항공업 재편 의지가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은 사실상 파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제주항공은 인수합병 무산 이후 불거질 법적 공방에 대비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의 26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 지난 3월 셧다운 지시 등이다. 또한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동안 배분받은 노선과 17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 등 특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타항공 경영에 개입한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측은 최근 공개된 양사 경영진 간 녹취록 및 회의 자료 외에도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또한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스타홀딩스 측에 건넨 이행보증금 115억원의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계획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의욕적으로 끌어온 사업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새 역사를 만들자"며 야심차게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 결정을 발표했다. 채 부회장은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의 자리를 넘겨받고 경영 일선에 나서며 가장 먼저 사업 영토 확장에 공을 들였다. 제주항공의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애경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올라서자 생활용품에서 항공으로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패배했지만, 굴하지 않고 이스타항공으로 눈을 돌릴 만큼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채 부회장의 야심찬 꿈은 8개월 만에 20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특히 제주항공의 이번 인수합병 무산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그룹에 패한 후 두 번째 실패여서 더욱 뼈아프다.

정부와 정치권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압박하고 있지만, 체불 임금 등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공운수노조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및 이스타항공 노동자 고용안정 보장'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중단 결정을 규탄했다. 심 대표는 "제주항공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올 1월부터 이스타항공에 직원도 파견하고 실사하고, 전면 운행중단, 인력 감축, 임금체불 등 구조조정 전반과 경영에 대해 지휘 감독해왔다"며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모든 사업부진의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곧바로 파산 및 청산 절차에 돌입하고 이스타항공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총 1700억원을 미납했다. 현재 완전자본잠식(-1042억원) 상태로, 당장 이 금액을 조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도 이스타항공을 단독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비행기라도 띄워야 지원이 가능한데 이스타항공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파산 및 청산 절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추진 결정에 대해 "제주항공을 포함한 애경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채 부회장이 아닌 제주항공 임원진의 결정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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