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유찬 조세연 원장 "증세, 미룰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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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07-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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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 이자율에 자산 인플레 커져… 증세, 실물로 자원 배분 효과

  • 한국 재정 건전성 안정적… 재정 확장 정책은 전세계적 코로나 대응 흐름

  • 부동산 세금 강화는 서민 주거 안정 위한 것… 임대소득 필요경비율 낮춰야

"증세를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생산적인 투자가 아닌 투기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 위기에도 소득이 늘어난 곳은 고통 분담을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합니다."

6일 아주경제와 만난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증세의 필요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늘어난 재정 지출은 현재의 재정 건전성으로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증세가 필요한 이유는 재정 지출을 뒷받침한다는 목적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김유찬 원장은 이른바 '증세론자'다. 조세연구원 창립 멤버로, 1992년 설립 때부터 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다. 개방직 공무원에 도전해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김 원장은 지난 5월 '재정포럼' 기고문을 통해 "지금 같은 재난 시기에는 증세를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증세 논의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는 또한 "하반기 추경으로 30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하고, 재정지출 승수를 1로 가정한다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1.5%포인트 정도"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정책을 실시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경은 35조1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확정됐다.

한국의 '경제 방역'은 효과를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선진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코로나19라는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다음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투기 수요로 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원장은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관계없이 생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산에 대한 과세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을 도입해 2023년부터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이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등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면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닌가.

"증세를 하면 더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고,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모두 있다. 나는 그 중 두 번째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재정지출이 늘어나니 증세로 조달해야한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다.

현재 경제는 재정지출 확대 뿐만 아니라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이자율이 낮은 수준이다. 이자율이 낮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데, 현재는 수요가 부족해 인플레가 안 생긴다.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일부 자산 인플레 우려가 크다. 주식과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부동산이 다시 폭등하거나 주식이 폭등하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자산소득세와 자산거래와 관련한 과세를 강화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많다."

-자산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부동산이나 주식은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기업활동이나 실물 투자와 관련이 없다.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는게 자원을 효율적인 분야, 실물 생산과 관련된 분야로 이동하게끔 하는 역할을 해준다. 그게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코스피는 2100선을 오가고 있다. 한때 코스피 3000시대를 기대했던 때도 있었다. 아직 증시가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증시만 유달리 좋은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이다. 증시에 들어가려는 예비자금도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 경제가 조금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면 엄청나게 오를 수도 있다."

-기재부가 주식양도소득에 세금을 물리고 증권거래세는 인하하기로 했다. 

"소득에 대해서 과세가 돼야 하는데 주식양도차익은 그게 안되고 있었다. 불공평한거다. 대주주의 양도차익도 20%만 과세가 된다. 대주주가 가진 양도차익은 규모가 크다. 같은 규모로 배당이나 이자를 받았다면 최고세율인 45%까지도 적용될 수 있는건데 20%만 적용되는 건 특혜다. 자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조세제도는 공평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필요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고, 증권거래세는 세수 외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는 유지해야 한다.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소 낮추는 건 가능하지만 없애는 건 단기매매 추세가 강해질 우려가 있어 경제적으로 안좋다. 단기매매는 개인이 아닌 기관들이 하는데,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초단기매매를 조장할 수 있다. 부동산도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취득세도 존재한다."

-부동산법인에 대한 세율 인상이나 종부세 인상도 같은 맥락인가?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주택 가격의 상승은 전세와 월세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려 서민들의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법인에 대한 과세 인상은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사용하면서도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큰 구멍이 있었던 것을 수정한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높이거나 추가로 제재해야 하는게 있을까

"자산소득 과세와 관련된건데 임대소득세 과세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필요경비율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 현재 임대소득의 60%를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월세로 200만원을 받았다면 120만원은 경비고 나머지 80만원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현실에 부응하는가? 집을 관리하는데 필요경비율이 60%나 되나?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경비로 소득을 줄이고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를 갖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등은 월세를 자산소득으로 봐서 필요경비를 인정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수준만 인정한다. 한국은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기로 전환하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경비를 높게 설정한 부분이 있는데 시간이 지났으니 이를 낮춰서 정상화해야 한다."

-재정 지출을 보전하기 위한 증세가 아니라고 하셨다. 현재 한국의 채무 상황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정부가 3차까지 추경을 통해 60조원 정도의 재정확대를 하지만 세입 경정과 지출 구조조정 부분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출총량이 순증가하는 규모는 30조원 정도이다.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지출을 감안하면 신중한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OECD에 속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원래도 부채비율이 낮은 수준이었다. 안정적이고 건전한 재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IMF 등 국제기구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획재정부는 올해 0.1% 성장을 예측했다. 내년도 성장률은 3.6%로 점쳤는데, 성장률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려면 내년에는 5~6% 성장을 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정지출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건가?

"단순하게 계산하면 내년에 6% 성장은 해야 2022년에 계획했던 경제규모로 회복된다. 기재부 예측대로라면 계획했던 규모보다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경제가 내려앉으려고 할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본래 수준으로 돌아가게 만드는게 바람직하지만, 재정지출 확대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 등 외부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은 다른 나라가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발 경제 충격을 계기로 재정·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부채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올해 경제 상황이 하반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주 안좋으면 하반기에 추가로 추경을 해야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채무비율이 더 올라갈 수 있지만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또한 채무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부 채권을 소유한 사람들이 대부분 내국인이다. OECD 평균은 외국인의 정부 채권 소유 비율이 30%가 넘지만 한국은 12.5%다. 정부가 이자를 지불해도 결국 내국인의 소득이 된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기외채 때문에 고생한 트라우마가 있어 국가부채에 매우 예민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해외로 자본을 수출하는 나라다. GDP 대비 5%의 자본이 매년 해외투자로 나가고, GDP 대비 30% 정도 되는 순대외자산이 있다."

-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속도가 빨랐던 것은, 국가의 성장률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중기재정계획을 7% 정도 재정확대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잡았었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고성장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대열에 합류하면서 성장율은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정상이고, 1~2%라도 성장률을 유지하면 그 성장이 일자리를 확대하고 소득을 증가시키는 의미가 있다.

세수입이 좋을 때도 있고,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채무비율은 40.1%였는데 2019년에는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19라는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존의 7%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와 겹쳐 급격한 속도로 재정지출 확대가 이뤄지는 게 지수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재정여력이 생기면 채무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인데, 그게 언제쯤이라고 생각해야할까?

"당연히 오랜 기간에 걸쳐 채무비율은 변한다. 미국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는 부채비율이 높았다. 전쟁 이후 미국 경제가 호황을 유지하면서 가동률이 높아지고 고용이 이뤄지면서 국가부채비율이 30%대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큰 변화를 10~20년 시계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의 전세계국가들의 국가부채비율은 코로나 이전과 매우 다르고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주요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정이 건전한 국가로 계속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유대길 기자]


[약력]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누구?

△1957년 대구 △서울대 원예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독일 함부르크대 경제학 석·박사(국제조세)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홍익대 경영대학 세무대학원 교수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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