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남학생 찾아봐라"... 변호인에 입증 책임 미룬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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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7-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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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국 전 장관의 딸이라는 것을 변호인이 입증해야 된다고 담당 재판부가 요구했다. 유죄의 입증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변호인이 "변호인의 입증책임이 어디까지 있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재판부는 "입증책임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는 2009년 5월 서울대 학술회의 영상 등에 관한 국과수 감정 결과가 공개됐다.

국과수가 감정한 영상은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회의 세미나 장면으로 조 전 장관의 딸이 등장했는지 여부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 사이에 쟁점이 형성됐다.

재판부는 "서울대 인권법센터 세미나 당시 강의실의 여성 영상 두 개와 변호인이 제출한 조씨의 사진 여러 개를 대조한 결과,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회신이 왔다"며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왔는데 읽어봤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바로 옆자리에 남학생 있었다. 고교생 남녀가 같이 앉아있는 것 보면 굉장히 친한 거 같다"라며 "남학생이 조민이랑 같이 갔다고 하면 더 확실해지니까 증인신문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씨로 보이는 인물 옆에 앉은 남학생을 찾아보라는 취지의 말을 내놓은 것. 입증 책임을 변호인 측에 미루는 모양새다. 

변호인은 "감정결과 애매하다고 하시는데. 여러 특징 종합하면 우리 주장과 같이 동일인이라고 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부모가 자식이 맞는다고 하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더 입증해야 하느냐"라며 "입증책임 저희한테 있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입증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변호인이 제출한 조씨 사진들이 그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 등 확인할 수 없어서 그 부분을 고려해서 판단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동영상에 나온) 그 사람이 조씨가 아니라고 한다면 조씨랑 동일인이라고 볼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달라”며 “불리한 싸움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피고인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전제되지 않고는 이 문제가 계속 다퉈지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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