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항공산업 메카 ‘사천’] 안현호 KAI 사장 “가슴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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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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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 기반 군관용 파생형 헬기. [사진=KAI 제공]


“가슴이 찢어진다.”

국내 항공 제조업계의 맏형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안현호 사장이 지난 17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지원을 위한 상호업무협약’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워하며 호소하듯 내뱉은 말이다.

항공 제조업계의 중심인 사천의 지역경제를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기도 하다. 실제 사천 ‘항공 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지역 항공 제조업체 60곳의 올해부터 향후 2년간 매출이 예년보다 총 3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되면 사천을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의 항공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의 위기를 맞게 된다. 사천 지역은 국내 항공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자리하고 있다.

황태부 비대위 대표(디엔엠항공 대표)는 “코로나19 여파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국내 항공 제조업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며 “지난 50년간 항공산업 후발 주자로 선진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던 국내 항공 제조업체들이 흘린 피땀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KIA는 이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도 중소협력사를 위한 상생협력기금 100억원을 출연했다. KAI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6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외에도 KAI는 올해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중소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월부터 협력사의 경영 개선을 위해 100억원의 단가 인상을 시행한 데 이어 협력사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긴급 경영 안정화 자금을 50억원에서 100억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경남 상생자금 2차 지원 사업과 연계한 운전자금 200억원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상생 노력만으로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지난 3일 경남도가 보잉 737 맥스 기종 생산중단과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내 항공 제조업계를 특별고용지원업종 및 기간산업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김경수 경남 지사는 “항공 제조업계 2만여 종사자 중 3500명 정도의 유휴인력이 발생했다”며 “항공 제조업은 우리가 미래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주요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경남도는 KAI를 ‘다목적 소방헬기 구매사업’ 납품사로 선정했다. KAI 등 주요 항공 제조업체가 제품을 수주하면 나머지 부품 협력사들이 일을 나눠서 맡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KAI는 이번 계약을 통해 오는 2022년 6월까지 소방헬기 1대와 지원장비, 수리부속, 교육훈련 등을 경남 소방본부 119 특수 구조단에 납품하기로 했다. 수리온은 2012년 육군 기동헬기(KUH-1)로 개발돼 군·관 헬기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 제조업계에 국산 헬기 도입은 큰 힘이 된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로 경남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완벽한 소방헬기를 제작해 납품하겠다”고 전했다.

황 대표도 “정부 관용헬기 등 정부기관 소요 항공기의 도입 시 국산 기종을 우선적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의 국내 물량 발주 확대와 조기 시행과 같은 강력한 항공산업 부양정책을 추진해 대량해고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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