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이드] "하반기 이후 나이키 형 회복 경로 올라설 것...뒷심 믿어보자" (대담=아주경제 이용웅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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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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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한국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 성장 경로 예상

  • 코로나19 영향에 뉴노멀 시대 → 넥스트 노멀 시대 전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경제 악화, 한반도 리스크 등 각종 악재가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달 초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1% 수준으로 내다봤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얼어붙은 세계 경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2차 코로나19 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다만, 정부는 올해 들어 무려 3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시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투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비 성장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제가 방향을 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3차 추경에 담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난 11일 아주경제와의 대담에서 "코로나19 영향에 상반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반기부터는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성장 경로를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0.2%를 전망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예고하긴 했어도 이날 이 원장은 역성장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는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보고서에서 현대연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3%로 내다봤다.

이런 기대는 최근 국제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한달 만에 상향 조정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해외 IB 9곳은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4월 말 -0.9%에서 5월 말 기준 -0.4%로 조정했다.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베트남과 한국이 상향조정됐다. 아직은 마이너스 수준을 예측하더라도 코로나19 여파로 시들해졌던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이 원장은 "국내 부문별로 지표를 보면 아직은 부진이 심화한 상태"라면서도 "가계소비심리, 기업투자심리 등 민간 체감 경기는 완만한 개선세를 보여주는 만큼 한국 경제의 뒷심을 믿어보자"고 말했다.

"한국 경제, 나이키 형 회복 예측"
-한국 경제는 여러 악재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성장 기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어떻게 하고 있나.
"2분기 현재 국내 경기는 1분기의 급격한 충격 여파가 이어지면서 경기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위치했다. 소비 침체, 설비투자 회복 불확실, 건설수주 감소, 수출 침체 지속, 고용 빙하기 시작, 디플레이션 우려 등 실적 지표의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다만, 향후 경기 흐름은 최근 대내외 경제 흐름과 과거 동행지수의 정상 수준과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비대칭 U자형 회복'이나 '나이키 형 회복' 경로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소비 심리의 회복 강도 △2차 추경의 내용과 타이밍 △글로벌 봉쇄의 완화 시점 △중국 경제의 경기 개선 속도 △2차 미·중 무역 전쟁의 발발 가능성 등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제조업 강국 코리아의 저력 여전"
-글로벌 신용등급평가회사인 피치가 국가신용 등급의 장기 하락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거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바이오·진단키트 분야의 전망이 좋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 경제에서 기업이 튼튼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이유다. 정부가 복지 포퓰리즘을 따라가면서 재정을 풀어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이 커지지만, 그런데도 반도체를 비롯한 분야에서 도저히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시국에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살아남는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원래 강했지만, 다시 살펴보니 생각보다 강해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 3저(低) 시대 직면"
-코로나 여파 등 다양한 변수 앞에서 한국 경제의 모습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 모습이 어떤 트렌드로 달라질 것인지 예상한다면.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직접적이고 확연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는 접촉 및 대면 활동의 위축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보편화하면서 온라인 쇼핑, 배달 소비, 게임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도 모바일 결제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국내 공급망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위기로 부각된 생산지와 소비지 간의 원거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생산 및 부품 조달지가 최종 소비지 근처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제조업체가 공급망을 배치하는 데 있어서 원가를 우선 고려했다면, 향후에는 리스크 및 회복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3저(低)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충격이 확대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 인하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게 됐다. 다만, 이런 위기의 본질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경제 충격이 지속하고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중장기 정책 탈피...경제정책의 순차적 로드맵 구축"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 성장 차원의 한국형 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당장 성장세가 꺾이는 바람에 정부 역시 부랴부랴 정책을 마련한 느낌도 든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본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단기 경기 부양책과 중장기 성장 잠재력 확충 전략이 혼재된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단 벗어나야 한다. 경제 현안들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경제정책의 순차적 로드맵을 구축해야 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 경기 반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통 성장론적 관점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상반기 중 1·2차 추경이 경기 침체 방어용 재정정책이었다면, 하반기의 3차 추경은 본격적인 경기 부양용 재정정책이어야 한다. 특히 '투자→고용→소비'의 연결고리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 투자는 공공 투자와 민간 투자 등 두 축으로 되는데, 우선 공공 투자는 기존 예비타당성 심사가 통과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같이 즉각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 투자는 신산업 육성, 리쇼어링, 규제 완화 등과 같이 조속한 시행이 하반기에 이뤄지기 어려운 정책보다는, 공공 투자와 병행할 수 있는 민자 유치로 목표 설정을 좁혀야 한다."

"가계 일시 소득 증가 아닌, 항상 소득 증가시켜야"
-한국 사회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인 고용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규 일자리가 생기지도 않고 기존 일자리마저 잃고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사상 최대규모로 많아진 상황이다. 일자리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나.
"고용절벽 탈출을 위해 공공일자리의 확대 지속, 소비 산업 일자리 창출력 제고, 산업 구조조정 과정상의 대량 실업 방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 가계의 일시소득 증가가 아닌, 항상 소득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은 지속할 필요는 있다. 재원의 누수나 시장 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 기관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투명한 재정 집행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 여행 등 소비 산업과 공연, 예술, 영화 등 문화 산업의 침체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 부문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이나 인건비 보조 등을 통해 일자리 감소 압력을 낮추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일회성 소득 보전 위주의 내수 보완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고용 유지 인센티브 확대, 감세, 공공서비스 요금 동결 등 방법을 통해 가계의 항구적 실질 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서민이 살아나고 소비가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이용웅 아주경제신문 편집인과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대담을 나눴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벌 계열사 소속 경제연구원, 중립 비판 한계"
-민간경제연구원 가운데 그나마 대외 활동의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현대경제연구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연과 같은 '싱크탱크(Thinktank)'의 역할이 많이 축소된 모습이다. 위기 상황에서 싱크탱크의 연구가 빛을 봐야 하는데, 이런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정책 제언에도 힘이 들어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싱크탱크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민간경제연구소는 태생적인 성격상 재벌 그룹의 계열사에 속해있다 보니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30여년 전에는 재벌이라고 하면 모든 분야 다 가지고 있어야 했다. 삼성, 엘지, 현대 등 재벌그룹이 경제연구소를 만들었다. 현대연은 1985년에 문을 열었다. 그 시기에 다른 연구원도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원래 증권회사 정보를 분석하고 반도체, 자동차 사업 진입 시 타당성을 분석하라고 경제연구원을 만들었다. 심지어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1988년에는 현대연이 대선 캠프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해외 경제연구원과 태생부터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재원을 그룹이 지원하는 구조다. 시민의 후원을 받는 미국의 헤리티지 연구원, 금융기관과 언론사를 보유한 일본의 노무라증권연구소 등은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하는데, 우리나라 경제연구원은 어쩔 수 없이 중립적인 위치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는 재정 측면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민간경제연구소를 통해 정부의 판단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아가야 한다."

"또 다른 남북관계의 봄날 위해 북한 연구 조직 대기"
-남북 관계와 관련된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현 상황이라면 남북 관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앞장서 있는 모습이었다. 싱크탱크인 현대연도 그동안 상당한 역할을 해왔는데, 남북관계 속에서 한국 정부가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제재와 유엔 제재를 살펴야 하는 만큼 남북경협 등 추진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 상황에 대해 북한은 실망하고 갈수록 거친 상황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남북 관계 20~30년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숱한 위기가 있었다. 다만, 지속해서 원만하게 풀어나갔던 부분도 많다. 그래서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현대 아산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현대 아산과 하기로 무언의 약속도 있고 합의서 사인도 있기 때문에 그 시기와 상황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북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많아 현대아산 조직이 많이 줄긴 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는 히스토리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연구팀이 유지돼야 한다. 현대아산에도 100여명가량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연구 조직을 유지해가면서 향후 또다시 남북관계의 봄이 찾아올 때 제 역할을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 상황은 여러 변수가 꼬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풀어나가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시대"
-마지막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대면 사회로 급변하면서 경제 구조 역시 예상보다 큰 변화의 축을 만들어내리라 보는데, 앞으로 경제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코로나19가 가져온 강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 회복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의 위기 사회에 대한 대비와 함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중장기 대비 전략이라는 큰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였으나 코로나 이후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로 접어든다. 특히, 디지털화 가속화(비대면 확산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공급망 다각화,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등), 질병 경제학(신약개발, 글로벌 협조체계 구축 등), 일자리 변화(업무방식 변화, 산업 구조 재편)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이 국제사회의 경제·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와 대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1957년 서울 출생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밴더빌트대학원 경제학 석사
△동국대 행정학 박사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2005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2006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균형발전정책국장
△2007년 산업자원부 남북산업협력기획관
△2008년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2009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2009)
△2010~2017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17년 11월~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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