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北 외무상 "美 군사위협 맞서 힘 키운다…북·미, 희망서 절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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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6-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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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선권, 싱가포르 회담 2주년 담화…1월 외무상 임명 후 처음

  • "정상 친분, 협상 도움 안돼…싱가포르 악수 유지할 필요 있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이한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고 선언해 북핵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12일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라는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를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2년 전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이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친분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성과를 과시하는 것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 외무상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골 송환, 억류 미국인 송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을 단행했다고 언급하며 ‘세기적 결단’, ‘전략적 대용단’이라는 의미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 2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주목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말로는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며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는 항구적이고 공조한 평화보장과는 정반대로 핵전쟁 유령이 항시적으로 배회하는 세계 최대 열점지역으로 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핵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배치한 것을 거론하면서 “미 행정부는 조미 ‘관계 개선’은 제도전복이고, ‘안전담보’는 철저한 핵선제타격”이라고 역설했다.

또 “‘신뢰구축’은 변함없는 대조선 고립 압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였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 제도,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되리라는 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외무상의 담화는 노동신문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가 연일 노동신문에 보도된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남북 관계와 달리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김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담화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존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노동신문 보도가 당연하고, 리 외무상의 담화와 성격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리 외무상의 명의로 담화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외무상 임명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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