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산업화와 한국기업의 진출 가능성은?

[이진상의 아프리카 포커스] (3)

 

[이진상 교수]

[아프리카 포커스]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뿔 (Horn of Africa)’이라고 하는 동북부에 위치하고,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 에리트리아, 케냐 등과 접경하고 있다. 전체 인구는 1억800만명에 이르며,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인구증가율이 2.37%에 달한다.

에티오피아의 국민총생산 규모는 940억 달러(2019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570달러로 저소득국가에 속한다. 농업분야에 전체 노동자의 85% 종사하고, GDP의 34%,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소작농으로 농가당 평균 경작면적은 0.2 핵타르에 불과하며, 이들이 전체 농업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1991년 이후 다양한 산업화 정책을 펼치면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10여년간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6,000명 이상의 지상군을 파병한 국가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특별한 외교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나, 양국간의 경제 교류는 활발하지 못했다.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 대외원조에서 중점지원대상국에 포함되어 있으며, 원조규모는 1991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아프리카 수원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원조를 받고 있으며, 1991년 이후 2019년까지 무상원조 총액은 1,949억원에 이르고, 보건의료, 교육 및 직업 훈련, 농업개발 등에 집중되어 있다. 유상원조 규모는 승인액으로 6,460억원에 달하며, 집행된 금액은 1,628억원에 이른다. 유상원조는 전력망 확충, 도로건설, 농촌개발 및 지하수 개발 사업 등 인프라 개발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對)에티오피아 직접투자 실적은 1996년 이후 2019년까지 총 투자건수는 42건에, 투자액은 2,100만 달러에 이른다. 섬유 및 봉제산업, 가발, 철강 가공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기업의 에티오피아 진출은 소극적이며, 외국인 직접투자와 비교하면 소규모이다. 한편, 에티오피아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면, 한국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산업화

에티오피아는, 1974년부터 시작된 17년간의 사회주의 노선과 내전으로 경제는 피폐해졌으며, 1983년에는 대기근으로 수백만명이 아사하는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다. 1991년 내전이 종식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994년‘농업발전기반 산업화(ADLI)’를 주된 경제정책 목표로 삼았다. 농업발전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한 다음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산업화로 연계하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농업기반 산업화는 2000년부터 결실을 가져오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 이후 년평균 8%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2001～2010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8.4%로 세계 5위, 2011～2015 기간에는 연평균 8.1%를 달성하여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제조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아래 그림에서, 전체 국민총생산에서 제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1.59%에서, 2017년 22.9%로 증가했다.

<그림 1> 에티오피아 경제성장 추이(2007~2017)
 

 

출처: 세계은행, 2018


지난 15년간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과,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 늘어나는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영국, 등 여러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증가에 의해 가능했다.

2010년에는 중장기 경제 발전의 주된 목표로‘성장과전환계획(GTPI)’을 발표했다. 경제 구조를 1차 산업위주에서 2차 및 3차 산업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섬유 및 봉제, 가죽가공, 설탕, 시멘트, 화학, 기계, 제약, 농산물 가공업 등 8개 분야 발전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이들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섬유산업발전연구소(TIDI), 가죽산업발전연구소(LIDI), 기계공업발전연구소(TIDI) 등 관련 산업의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투자자금 마련, 각종 인허가, 인적 자원의 수급, 원자재 수급 등 다양한 지원으로, 산업화를 가속화 해오고 있다.

2016~2020 기간 중 ‘성장과전환II’에서는 종전의 제1차 성장과전화계획에 포함된 8개 산업분야를 포함하여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발전계획, 산업 단지 확대와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창출과, 산업화를 도모하고 있다. 외국 전용 산업단지도 조성하여, 특정 국가의 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투자하도록 하였다. 예로 중국산업단지, 인도산업단지, 터키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었으며, 자국에서 여러 기업이 동시에 진출하여 노동 인력의 수급, 원자재 확보, 유통 및 물류, 등 공동으로 노력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노동력이 풍부하여 섬유 및 봉제 산업을 발전시키기에 적합하며, 투자비 대비하여 고용효과가 높고, 낮은 수준의 기술로 진출이 용이하다. 지난 6년간 에티오피아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수는 65개에 이르며, 비숍투에 투자한 한 중국의 신발생산 공장은 약 4,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투자는 인프라, 자동차 조립공장, 섬유공장, 철강 가공 공장 등 다양하다.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볼레레미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기업은 4,3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전량을 수출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다양한 정책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유입된 외국인 직접 투자규모는 500억 달러에 이른다.

에티오피아 전역에 11개 국영산업단지(IP, Industrial Park)중에서 6개가 가동 중이며, 5개 공단은 2020년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대부분 기업은 ‘봉제, 섬유, 신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7년 2월부터는 농업생산 확대와 농산물 가공업을 연계하는 ‘복합농업가공단지(IAIP)’를 설립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4개가 운영 중이다.

<그림 2> 에티오피아 산업단지 위치도
 

자료: IPEC, 2019

2017년 8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400킬로미터 거리의 위치한 ‘하와사산업단지’는 350에이커의 면적에 아프리카 최대의 섬유 및 봉제 산업단지가 완공되었다. 현재 약 10,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정상 가동시 약60,000명이 일하게 된다. 중국, 터키, 인도, 미국 등 여러 국가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에티오피아 진출의 가능성은?

에티오피아를 아프리카의 파워하우스, 아프리카의 공장이라고도 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경제를 선도하는 제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한다. 에티오피아의 산업화 정책과 투자환경을 고려하면, 한국기업에게 투자의 가능성을 높게 보여준다. 에티오피아 내부의 사업환경을 살펴보면, 우선 지난 1991년 이후 유지해 온 정치적 안정이다. EPRDF 한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으로 정부를 구성해오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경제가 장기간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중장기 계획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두 번째는 인구 1억이상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아프리카 대륙 진출의 교두보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록 해안을 접하고 있지 않으나, 항공편은 수도 아디스아바바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연계하는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어, 항공 물류의 중심지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아디스아바바는 아프리카연합 본부가 위치해 있어 국제적인 도시로 면모를 갖추고 있어, 유럽, 중동 및 아시아 지역으로 항공편 연결이 용이하다. 세 번째는 30세 미만의 젊은 층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 이상으로 노동력이 풍부하여 임금 수준이 월 80달러 내외이며 노동집약 산업 진출에 도움이 된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발전용량 확대의 하나로 ‘르네상스댐’ 이 완공되면, 국가 전체 발전용량을 두배로 증가하게 되며, 산업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수출상품을, 미국시장에 판매할 경우 아프리카 상품의 무관세 특혜(AOGA)를 받게 되고, 유럽연합 시장에는 무관세조치(EBA)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에티오피아가 내륙국가이므로 화물 운송비 부담이 큰 단점이 있었으나, 2년전 완공된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로 내륙 운송비가 대폭 감소했고, 운송 기간도 단축되었다.

에티오피아의 년간 수출규모는 26-28억 달러에 불과하나, 수입규모는 약 160억 달러에 이르러 매년 무역적자가 발생하며, 일반 소비재를 생산하는 수입대체 산업이 시급하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종주국이며 수출상품 1위이나 대부분 원료인 커피빈을 수출하고 있다. 커피 가공공장이 없어 국내 소비용 인스탄트커피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인스탄트커피 가공공장에 투자할 경우, 산지에서 쉽게 원료를 조달하고, 고부가가치의 최종소비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년간 봉제업, 철가공, 가발, 자동차 조립 등 한국기업의 에티오피아 진출이 늘고 있으나 다른 국가의 투자 규모나 건수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 실적과, 향후 성장 잠재력, 산업화 정책의 효과성 및 발전 과정,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한국기업의 에티오피아 진출은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