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드러난 코로나발 마이너스 물가…디플레 부담 커진다(종합)

최다현 기자입력 : 2020-06-02 11:52
18.7% 하락한 석유류가 하락 주도…집밥 수요로 농축수산물 3.1% 상승 정부, 디플레 부인하면서도 "막연한 우려도 경기 회복에 영향" 경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이 석유류 제품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가격 하락 폭이 커졌다.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도 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정부는 석유 공급 과잉으로 촉발된 물가 하락을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막연한 우려도 경기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경계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100)로 전년 같은 달보다 0.3% 하락하며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0%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초 1%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면서 4월 0.1%로 다시 떨어졌고, 결국 이달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 돌아선 것은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요인과 무상교육·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정책적 요인이 컸던 것으로 분석한다. 품목 성질별로 상품은 전월 대비 0.4%, 전년 같은 달 대비 0.8% 각각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봄배추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가격이 상승했다.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6.6%), 달걀(9.1%) 등 축산물 가격이 7.2% 올라, 전체 물가를 0.17%p나 끌어올렸다.

공업제품은 2%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유류세 인하의 기저효과에도 전년 같은 달보다 18.7% 급락했다. 석유류의 물가 하락 기여도는 0.82%p로 집계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축산물 가격을 한 달에 3번 조사하는데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일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5월 중에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기에 본격적인 효과는 6월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비스 물가는 0.1% 상승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시절 수준이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대구 고등학교 등록금 감면, 유치원비 지원, 지자체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의 영향으로 1.9% 하락했다.

개인 서비스는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무상급식이 확대됐고, 여행과 문화 관련 가격이 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하면서 전년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2%, 전년 같은 달보다 0.5% 각각 상승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전년 같은 달보다 모두 0.1% 상승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3개월째 1%를 밑돌았다.
 

[통계청 제공]

안 심의관은 "물가 하락 원인이 수요 측 요인이라기보다는 공급 측 요인이어서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엔 부적절하다"며 "원유 가격이 반등한 만큼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면 석유류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물가 하락 압력 확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내수 부진으로 수요 측면의 충격과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충격이 점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예비적 저축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국 물가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2.5%를 기록했으나 4월에는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 또한 4월 상승률은 0.6%로, 1월의 1.7% 대비 1.1%p 낮아졌다.

김 차관은 "소비자물가의 흐름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어떤 모습의 회복세를 보일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가하락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소비와 투자 지연, 성장세 둔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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