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래싸움에 등 터진 중국 기업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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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5-2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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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지난해 화웨이에 이어 33개 中기업 무더기 블랙리스트

  • 제재 대상 中기업 24개, 공공기관 6개, 대학 2개, 개인 1명

  • 인터넷보안업체, 개인 이례적으로 포함...전방위 압박 시사

  • 美 전방위 압박에도 中기업 타격 크지 않아...주가 상승 견인

"미국이 다수 중국 기업을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기업 명단(entity list)에 올렸는데, 이는 사실상 '제재 목록'이 아닌 '명예 훈장'과 같다. 그만큼 미국이 신경 쓸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가 안보,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33개의 중국 회사 및 기관을 무더기로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자 중국 현지 언론은 연일 이같이 보도하며 '중국 기업 치켜세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중국 기업엔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인 데 이어, 33개 중국 회사와 기관을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인권 탄압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미국의 거래제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제재 대상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술에 접근할 수 없다.
 

[그래픽=아주경제]

◆AI기업만 8곳"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로 확대된 美 제재

이번 미국의 대(對)중 3차 블랙리스트를 살펴보면 제재 대상 33개 중엔 기업 24개, 공공기관 6개, 대학 2개와, 개인 1명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안·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치후360', '치후360테크', '하얼빈 촹웨테크', '쓰촨하이톈신기술그룹'이, 인공지능(AI)·안면인식·로봇 분야에는 '윈충커지(클라우드워크)', '둥팡왕리(넷포사)', 둥팡왕리 자회사 '선왕스제(센스넷즈)', '윈톈리페이(인텔라퓨전)', '상하이인천스마트식별(IS비전)', '다타커지(클라우드마인즈)', 다타커지 홍콩지사, 베이징다타커지 등이 포함됐다.

또 네트워크·디스플레이 분야에선 '펑훠과학기술그룹(파이버홈)', '난징펑훠싱쿵통신(난징 파이버홈 스태리스카이)', '징나과학기술(JCN테크)', '상하이 노바 인스트루먼트', '하이얼빈 윈리다'가, 광학기술에는 '리젠톈옌(스카이아이레이저테크)'만 지명됐다.

테크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무역, 섬유산업과 관련있다. '콰이지송물류(케이로직스)', '중궈주위안무역회사', '쓰촨딩청', '쓰촨중허수출입무역회사', '베이징진청환위', 그리고 화푸패션 자회사인 '아커쑤화푸방직'기업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미국은 중국 기업을 제재했다. 당시엔 네트워크·반도체·스마트폰 등 첨단 IT(정보기술) 하드웨어 관련 기업이 집중 타깃이었다면, 이번엔 AI·안면인식·로봇 등 IT 소프트웨어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또 연구기관·대학은 물론 개인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두 정밀광학공정연구센터, 베이징 계산과학연구센터, 베이징 고압과학연구센터, 쿤하이(옌자오) 이노베이션 연구소 딩펑둬츠두과학연구소, 중국 공안부 법의학연구소, 하얼빈공정대학, 하얼빈공업대학 등 공공기관이 포함됐다. 아울러 주제진(朱傑進) 푸단대학 국제관계 및 공공사무학과 부교수도 이례적으로 미국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랐다.

미국이 기업 제재를 통해 중국의 기술 강국 부상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이 표면적으로 국가 안보,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내세웠긴 하지만 실상은 화웨이를 넘어 중국의 첨단 제조업 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기반이 되는 첨단 기술을 겨냥해 중국의 '기술 굴기(崛起·우뚝 섬)'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사진=치후360 웨이보 캡처]

◆中 인터넷 보안기업 첫 제재...개인도 블랙리스트 포함

이번 블랙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인터넷 보안 기업이다. 미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 인터넷 보안기업을 겨냥했다. 2005년 설립된 중국 대표 인터넷 보안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치후360가 표적이 됐다.

치후360는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다. 출시한 무료 백신 제품군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성장을 거듭,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최초의 중국계 백신 개발사가 됐다. 현재 브라우저와 클라우드 등 다양한 인터넷 소프트웨어 사업을 아우르고 있으며 2015년에는 핀테크 사업에도 진출했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미국이 치후360를 제재한 이유가 지난 3월 치후360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해커가 10년 이상 중국 각 업계를 공격해 왔다고 주장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제재 대상엔 AI·안면인식·로봇 기업도 무더기 포함됐다. 특히 중국 간판 안면인식 기업인 둥팡왕리와 자회사 선왕스제는 위구르 지역 무슬림 감시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둥팡왕리는 신장 위구르자치구를 포함해 중국 대다수의 성(省)·시·자치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밖에 주제진 푸단대학 국제관계 및 공공사무학과 부교수도 개인으로 제재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매일경제신문은 주 부교수의 연구 내용과 방향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 부교수가 주요 20개국(G20)과 글로벌 거버넌스를 연구해왔고 '국제제도설계', '국제체재 연변', 'G20제도건설' 등 논문을 써왔는데, 미국에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관측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전방위 압박에도 '주가 상승'한 中기업

미국 상무부가 중국 기업들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 관련 기업 주가는 예상 밖으로 오르고 있다. 일시적 충격으로 주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오히려 상승하며 과학기술주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한 치후360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전날보다 2% 상승한 17.89위안을 기록했다. 미국 거래제한 명단에 오른 이후 일주일 새 주가 상승폭은 1.59%가 넘었다.

둥팡왕리의 주가는 같은 날 10% 이상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일주일 새 주가 상승폭이 21.07% 올라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제재가 주가에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발 충격에 타격을 입은 기업도 있다. 펑훠통신은 지난 25일 주가가 9.85% 밀리기도 했다. 

중국 유력 증권매체 퉁화순차이징(同花順財經)은 펑훠통신의 경우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돼있진 않지만 대주주인 펑훠과학기술그룹과 자회사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 난징펑훠싱쿵통신이 있어 일시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난징펑훠싱쿵통신은 지난해 펑훠통신 순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주력 사업을 도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대부분 기업에 미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퉁화순차이징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지난해 거래 제재 명단에 오른 이후 중국 기업들이 공급사를 다변화시켜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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