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무역전쟁 속 서부대개발로 다시 눈 돌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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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5-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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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10년 만에 서부대개발 중대문건 발표

  • 36가지 지원책…내수확대, 대외개방 통한 '지역균형발전' 기대

  • 20년 전 시작된 '서부대개발'···지역경제 효과 '미미'

중국 지도부가 서부 대개발에 다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 서부 지역 내수시장 확대와 대외 개방을 함께 추진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중앙과 국무원은 17일 ‘신(新) 시대 서부대개발의 새로운 구도 형성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 문건을 발표했다.

1만자 분량의 문건엔 올해까지 서부 지역의 생태·비즈니스·개방·혁신 등 4대 분야 환경을 대폭 개선해 모두가 풍족하게 잘 사는 중산층 사회, 즉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2035년까지 서부 지역에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생활·인프라 수준을 동부 연해 지역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가 포함됐다. 

◆ 20년 전 시작된 '서부대개발'···지역경제 효과 '미미'

사실 서부대개발 전략은 2000년 주룽지 전 총리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처음 제시했다.

쓰촨·산시·간쑤·칭하이·윈난·구이저우·충칭·광시·네이멍구·닝샤·신장·시짱 등 12개 성·직할시·자치구를 포함하는 서부 지역은 중국 전체 대륙 지역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서부지역 인구와 경제가 전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20%에 불과해 동부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중국 서부지역 12개 성시자치구 지도. [자료=바이두]


중국은 서부대개발 전략을 통해 2010년대 초까지 약 10년간 300여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누적 투자액만 6조8500억 위안에 달하는 걸로 집계됐다. 시짱과 칭하이성을 잇는 칭짱철도 개통, 서부 천연가스를 동부 연해지역까지 연결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 남쪽의 물을 북쪽에 공급하는 남수북조(南水北調) 등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창장삼각주 개발 등 다른 지역 발전계획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서부대개발 관련 중요 문건이 마지막으로 발표된 건 2010년이다.

게다가 과거 대부분 사업이 서부 지역의 풍부한 자원·에너지를 개발해 동부 지역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데 그치며 서부 지역에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기준 지역별 주민 평균 가처분 소득을 비교해 보면, 간쑤·티베트 지역은 2만 위안도 못 미치는 반면, 베이징·상하이는 7만 위안에 육박했다.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중국 전체 빈곤인구의 절반은 서부 지역에 분포해 있다. 

◆ 대외개방·교통인프라·금융지원 등 36가지 지원책 쏟아져
 

[사진=신화망]


이번에 새로 발표된 문건은 기존 서부대개발 정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맞춰 서부 지역의 대외 개방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외 교역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유무역시험구 건설 추진 △ 국가급(1급) 육로 통상구(口岸·커우안) 증설 △변경 경제합작구 및 국경간 경제합작구 건설 등을 추진한다.

또 동남아 교역항으로 불리는 광시 베이부만(北部灣) 항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항구 클러스터도 구축하고, 신장자치구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핵심구 건설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쓰촨~티베트 철도, 청두~쿤밍 고속철, 시닝~철두 철도 사업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서부 지역 기업 발전을 위한 금융지원책도 포함됐다. 서부 빈곤지역 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 채권 발행, 기업 인수합병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밖에 서부 지역 전용 창업투자 기금을 설립해 과학기술 혁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IT기술과 전통산업의 융합도 추진하는 한편, 서부 지역에 IT인프라 보급률도 넓히기로 했다.

◆경기둔화 우려 속 서부대개발로 성장 돌파구 마련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이 남아시아, 동남아, 중앙아시아와 맞닿은 서부 지역을 일대일로 대외개방의 전방에 앞세워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서부 지역이 일대일로 대외개방 전방에 나섬으로써 개방이 지역경제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아울러 동·서부 지역과의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춰 개발해 서부 지역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면 중국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초 코로나19 확산세로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대외 수출시장까지 악화해 중국 경제가 충격을 입은 가운데 서부대개발이 새로운 경제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앞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인 시짱(티베트), 신장위구르, 구이저우 등 대부분이 서부에 위치해 있었다.

왕쥔 중위안은행 수석경제학자는 "새 서부대개발 전략은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 국가 발전전략 확장 공간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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