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 재외투표] 인터뷰②"호주 사재기 심각...멀리서나마 투표권 행사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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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4-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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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에 재외투표 '반토막'...1~6일 실시

  • "세번째 재외투표...'국민이라면 꼭 해야한다' 생각"

  • "그 유명한 '달링하버', 사람 찾아보기 힘들 정도"

  • "재외투표 처음...외국서 한국민 권리 행사해 뿌듯"

  • "호주 내 사재기로 마스크·화장지 구하기 힘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재외투표가 반토막이 났지만,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많은 재외국민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 참여했다.

외교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재외선거 사무가 중지된 지역은 중국 주우한 총영사관과 미국 주뉴욕 총영사관·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등을 포함해 총 57개국 93개 공관이다.

이들 지역의 재외선거인은 8만8087명으로 전체 재외선거인 17만1959명 중 51.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호주 현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에도 한인들이 재외투표에 참여해 관심을 모은다.

◆"세번째 재외투표...'국민이라면 꼭 해야한다' 생각"

시드니에서 거주 중인 박기보(남·38)씨는 "재외투표는 이번이 세 번째"라며 "국민이라면 꼭 투표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관광객들이 '달링하버'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 동네 '피어몬트'에서 호텔 셰프로 일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거주 중인 박기보(남·38)씨(왼쪽)와 시드니 관광명소 '달링하버'가 코로나19 사태로 한적한 모습. [사진=독자 제공]

그는 "시드니 내 투표장소가 총영사관 외에도 스트라스필드 인근에 한곳 더 있었는데, 코로나로 선거 사무가 중지됐다"며 "인근 지역에 한인이 많이 살아 투표가 가능했다면 투표율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씨에 따르면 그 유명한 달링하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합당한 사유' 없이 외출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현지에서는 가족 구성원 또는 직업·교육 관련 필수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장소에서 2인 이상이 모일 수 없게 됐다.

박씨는 "지금 시드니는 거의 '락다운(봉쇄)' 수준"이라면서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 선거하러 가는 길에서도 행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휴지는 마트에 이른 아침에 가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동양인이 아니면 아직도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또 "'워킹 홀리데이(일과 함께 어학연수를 동시에 하는 프로그램)'로 입국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은 상황"이라며 "다들 귀국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이들과 유학생들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경 호주 시드니의 알디 슈퍼마켓 바깥에서 줄을 서있는 호주 시민들 모습(왼쪽)과 피어몬트 콜스 슈퍼마켓에서 제품이 동난 모습. [사진=독자 제공]


◆"재외투표 처음...외국서 한국민 권리 행사해 뿌듯"

시드니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한인 안재홍(남·28·학생)씨는 "올해 21대 총선이 국외 부재자 투표로는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멀리서나마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시드니 테이프(TAFE) 국립기술대에서 '페인팅 앤 데코레이팅'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안씨는 헤이마켓이라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 안씨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동네"라면서 "서울과 비교하자면 서울역 주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안씨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를 회상하며 "당시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투표에) 미처 참여하지 못했다"면서도 "같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직접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는 안재홍(남·28·학생)씨(왼쪽)가 지난 1일 주시드니 총영사관에서 재외투표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시드니의 한 마트에서 휴지가 모두 판매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


그러면서 "외국에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때가 누군가에게 내 여권을 제시할 때와 대한민국 국민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해외에서 행사할 때"라며 "(코로나 사태로 투표하지 못했다면) 실망감이 클 것 같다"고 짚었다.

안씨는 당초 이달 11~26일 방학 기간을 맞아 귀국하기 위해 지난 2월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매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귀국을 미뤘다. 그는 "당시만 해도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 데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시드니 현지 상황에 대해 안씨는 "사재기로 마스크와 화장지를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호주 신호등은 보행자가 보행 버튼을 눌러야 동작하는데 코로나 접촉 위험으로 전원 다 자동화로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와 휴지 등을) 한국 교민들이나 유학생, 워킹 홀리데이 중인 국민이 1인당 제한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영사관에서 소량이라도 확보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해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안씨는 "학업을 아직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귀국 계획은 없다""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잠잠해지면 방학 때에 맞춰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호주 시드니 내 신호등이 수동에서 자동화된 모습. 시드니에 거주 중인 한인 안재홍(남·28·학생)씨는 "접촉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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