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평행선 ‘한·미 SMA’] ①주한미군 ‘무급휴직’으로 번진 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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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3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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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차 SMA 협상, 7개월여간 7차례 협상에도 '미타결'

  • 美 주한미군 韓 근로자 4000여명 '무급휴직' 통보 압박

  • "韓근로자 분담금 협상 볼모로, 소파 조항 개선 필요해"

“4월 1일부터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한다.”

지난 25일부터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8500명 중 4000여명이 받은 개별 통지서에 적혀진 문구다.

주한미군은 전체 한국인 직원 중 절반에게 내달 1일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자원해서 근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통지서를 전달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이 사상 초유의 사태인 ‘강제 무급휴직’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지난해 연말 타결됐어야 할 제11차 한·미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 협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미 대표단이 지난해 9월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7번이나 만나 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방위비 총액에 대한 의견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측이 부담할 방위비 총액을 전년 대비 3조원 이상이 인상된 40억 달러(약 5조원) 안팎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0%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위비 총액, 인상률을 둘러싼 한·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주한미군은 ‘무급휴직 통보 통지서’에 “귀하가 보직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남은 자금’이 없기 때문에 무급휴직이 결정됐다”며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무급휴직 기간 근무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고, 업무와 연관된 어떤 일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경고, 한국인 노동조합 차원의 출근 투쟁도 불허했다. 앞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이 ‘무급휴직’과 관련해 출근 투쟁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주한미군의 한국 노동자 무급휴직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에게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하라고 통보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60여년 사상 첫 ‘무급휴직’ 사태를 막고자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7차 협상 이후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를 비롯한 대표단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에 들어가, 대면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협상 주 부처인 외교부는 “양쪽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도 있고, 대표단 간에 여러 가지 소통 방법이 있다”며 “4월 1일 이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으면 하는, 그런 목표를 향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정부가 제안한 무급휴직 우선 해결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양측의 간극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무급휴직이 시행되는 내달 1일 전까지 극적 타결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미국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손지오 주한미군노조 사무국장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볼모가 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고, 주한미군이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불합리한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조항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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