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절망의 도시'에서 쓴 '희망의 역사'…전국서 피어난 치료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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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3-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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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경북, 신천지 사태로 감염자 하루에 수백명씩 쏟아져

  • 대구시 '눈물의 호소'에도 감염병 공포에 선뜻 달려들지 못해

  • 광주 시작으로 전국서 병상나눔 확산...지역갈등 넘어 상생 학습효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11일 오전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대구 거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 가족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대구와 광주는 한국 근대사의 굴곡진 역사만큼 지역갈등의 골이 깊었던 곳이다. 코로나19를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국민들의 하나된 의지가 지역감정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정신을 학습하는 '현실판 교과서'가 됐다는 분석이다.  

23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중심이 된 곳은 이날까지 766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신천지 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지자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병상과 의료인력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확진자가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태도 발생했다.

당시는 코로나19의 전염성과 감염에 대한 공포가 극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참혹한 감염병 공포에 "도와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절망의 늪에 빠진 대구·경북에 손을 먼저 내민 건 광주다. 경기도가 대구의 병상나눔 제안을 거절했던 터라 광주의 통큰 결정은 더욱 빛났다. 광주의 용기는 다른 지자체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광주와 대구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첨단의료산업 공동발전을 위해 두 지역이 업무협약을 맺고 '달빛동맹'이란 이름을 붙인 게 시작이다. 달빛동맹은 대구와 광주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이들의 우애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굳건해졌다. 많은 대구지역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광주 빛고을 전남대병원 등 광주에 마련된 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완치가 돼서 건강하게 퇴원했다.

광주가 앞장서자 전남도 대구·경북돕기에 나섰다. 지난 17일 전남 순천의료원에는 45인승 전세버스 2대가 도착했다. 대구·경북에서 온 코로나19 경증환자 30명이다. 이날 환자들 도착에 맞춰 순천시 주민자치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등 시민 30여명이 나와 환자들에게 응원의 손길을 보냈다. 순천의료원은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병상 나눔을 위해 168병상을 모두 비우고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남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사랑의 도시락'도 대구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제 대구·경북 응원은 전국 지자체로 퍼지고 있다. 목포시도 대구를 위해 목포시의료원의 병상을 내놨고, 부산과 울산, 경남도 대구 돕기에 나섰다. 부·울·경 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음압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구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각각 1억원의 성금을 거둬 대구 취약계층과 코로나19 피해자, 의료지원 인력 등을 파견했고, 사안별로 병상 지원도 협의해 대응하고 있다. 서울도 대구·경북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병상지원을 하고 있다. 이밖에 민간기업들도 마스크 보내기, 재난성금 모금을 하는가하면 특산물을 대구에 보내는 응원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대구에 의료진과 병상나눔, 기부 릴레이를 펼치면서 이제 대구는 '절망의 도시'에서 코로나19 방역의 '희망의 거점'이 되고 있다. 

대구 시민들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조금씩 화답하고 있다. 달서사랑봉사단은 최근 광주시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광주자원봉사센터에 115만원을 기부했다. 대구 달서사랑봉사단 관계자는 "대구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받아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각 자치단체장들도 '끝까지 함께하자'며 희망의 연대를 다지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눔과 연대의 힘으로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했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동서는 물론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구경북이 이겨낼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지막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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