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항공, ‘큰 틀 합의’... 인수 무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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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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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당초 지난해 12월 SPA를 마무리한다고 공표했지만 이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잇단 악재를 이스타항공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SPA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끝내고, 세부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달 중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관련 내용을 공시할 계획이다. 금액은 7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항공의 모회사 애경그룹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예정한 SPA를 올해 1월 중으로 바꿨다. 지난달에는 다시 SPA 체결 예정일을 2월 중으로 변경했다. 업계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설’이 나온 배경이다.

실사 과정에서 생각보다 심각한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드러나고 신종 코로나 등으로 업황까지 더욱 악화되면서 인수 포기설은 최근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 자회사 의혹, 고비용 리스료 등을 떠안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견해였다. 강점으로 꼽히던 이스타항공 중국 노선은 신종 코로나로 ‘개점휴업’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항공사의 규모를 가늠하는 항공기가 크게 늘어난다. 제주항공(45대)과 이스타항공(23대)의 운영 항공기를 합치면 총 68대(지난해 12월 기준)다. 국내 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170대)에는 못 미치지만, 2위인 아시아나항공(86대)을 바짝 뒤쫓게 되는 셈이다.

특히 양사의 국내선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4.8%(지난해 3분기 기준)로 대한항공(23.6%)을 앞지르게 된다. 국제선 시장 점유율 역시 19.5%로 높아져 2위인 아시아나항공(23.0%)을 위협하게 된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의 중국 운수권도 여전히 큰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인천-상하이 노선 등 ‘알짜’로 분류되는 운수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고전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제주항공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재무 구조 개선 등 과제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으로, 올해는 재무 건전성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과 현금성자산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이라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조달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인수 후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가 판세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설이 점점 커지자 이스타항공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큰 틀에서 합의를 먼저 한 것”이라며 “애경그룹 차원에서 항공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 관계자는 “현재 인수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세부내용은 현 상황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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