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너도나도 컨트롤타워’…국민 불안감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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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1-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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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우한 교민 ‘유증상자’ 전세기 탑승 놓고 부처 간 ‘혼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면서 관련 대응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30·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체류 중인 교민 700여명을 전세기 4편으로 입국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부적인 송환 계획 및 입국 후 격리 문제로 부처 간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기를 2편씩 이틀에 나눠 우한으로 가게 되며, 전세기에는 신속대응팀장으로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을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 1~2명, 검역관, 외교부 직원 등이 탑승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일본인 206명을 태운 전세기가 29일 오전 하네다공항에 착륙해 주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복지부·외교부 다른 목소리…2차 감염 우려 확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도 국내로 수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외교부에서는 “현재 양국 보건 당국 간 협의 중”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6개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유증상자는 따로 독립된 비행기에 태우거나, 우리가 보내는 1층과 2층으로 구분되는 큰 비행기에서 층을 달리해 유증상자와 무증상자 간의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실시하는 출국 검역에서 가려진 유증상자는 격리된 비행기를 태우고, 무증상자도 잠복기일 수 있어서 좌석을 이격시켜서 옆자리는 비우고 앞도 비워서 대각선으로 앉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견하는 비행기가 최신기종이고 공기순환장치가 필터링되기 때문에 실제로 기침이나 호흡을 통해 균이 배출된다고 해도 옆 사람으로 옮길 가능성은 사실 아주 낮다”면서 “그럼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고열, 기침 등 유증상자는 우리 전세기로 출국이 불가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라며 “유증상자의 전세기 탑승 가능성에 대해 현재 양국 보건 당국 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전날에도 37.5도 이상 발열,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자는 탑승할 수 없으며 중국 측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된다고 탑승 신청객에게 사전 안내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상황 및 지원대책 등을 논의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 컨트롤타워’ 靑 지시에도 수습책 ‘제자리걸음’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총리실과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재난과 국민안전에 대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며 “이 역할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고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상황이 발생하면 24시간 가동하게 현재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동시에 위기경보 단계별로 담당하는 주무 기관과 부처가 있고, 그 부처에 맞게 청와대가 항시 협의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국무총리가 실무적 사안을 총괄하고 있고, 청와대와도 긴밀하게 협의 하에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청와대는 우한 지역 입국자 3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인 ‘1339’의 인력 확대를 직접 지시했다.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주재로 일일상황점검회의도 비공개로 매일 진행 중이다. 기본적인 컨트롤타워의 핵심부서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만, 국정 전반을 다루는 국정상황실이 나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시 창구를 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지시에도 전수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현재 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지원하는 등 정부 대응을 강화한 상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복지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질병관리본부가 각각 맡고 있다.

보건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중국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 대상자를 3023명으로 추리고 지자체와 경찰을 동원해 최대한 빨리 유증상자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전수조사 대상자는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우한공항에서 국내로 입국한 여행자로 내국인이 1166명, 외국인은 1857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락처 확보가 어려운 외국인 대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다. 외국인은 대부분 중국인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은 단기 여행이나 출장 목적으로 들어와 한국을 떠난 사람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文 대통령, ‘투명한 정보’ 공개 강조…현실은 ‘깜깜이’

정부는 유증상자 입국에 따른 국내 감염증 확산 우려에도 격리 수용 시설과 입국 공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충남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 등이 거론된다고 언급했지만, 하루 사이에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바꿨다.

입국 공항 역시 김포공항이 유력한 가운데 명확한 착륙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세기가 국내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격리 시설까지 이동하는 동안 모든 상황이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오히려 혼선과 두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신속한 선제적 대응, 2차 감염 최소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정부 대응 3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서울 중구의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료진들이 (조사가) 필요한, 귀국자들에 대한, 무증상으로 공항을 통과했던 분들에 대한 전수조사라든가 증세가 확인된 분들을 격리해서 진료하고 치료해야 한다”면서 “2차 감염을 최대한 막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면서,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는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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