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법 뜯어보기③] 공공기관도 창업 목적 휴직 허용…“이권 개입 우려 vs 전문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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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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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연구원 포함 공공기관 직원도 대상

  • “회사원은 사표 내고 창업하는데…” 비판 시각도

대학 교원이나 연구원 등에게만 허용되던 창업 목적 휴직이 공공기관 직원들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해당 조항에 대한 찬반 시각이 엇갈린다. 공공의 창업 활성화 유인책이라는 정부 입장 반대편에는 이권 개입 소지가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과도한 혜택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벤처법)에는 ‘공공기관 직원의 창업 휴직 허용’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벤처확인제 민간 이양 내용에 묻혀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벤처법 개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현행법은 대학 교원과 국공립연구기관·공공기관 등 연구원이 벤처기업 대표자나 임원으로 근무하기 위한 휴직을 허용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고급 인재들이 창업 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민간에서 손대지 못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휴직 기간은 5년 이내로, 소속 기관의 장이 승인하면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휴직자는 휴직으로 인한 신분 및 급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해당 조항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의 연구원을 제외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자체 설립 연구소의 연구원이 창업 휴직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연구원과 함께 공공기관의 직원도 창업 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 

쟁점은 퇴직 후 창업이 아닌, 창업 목적의 휴직을 공공기관 직원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연구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연구원과 달리 공공기관 직원은 정부 정책 및 예산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직자로서 해당 분야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민간 영역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퇴직이 아닌 휴직 상태에서 창업했을 시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법안 심의과정에서 창업 휴직 조항을 문제 삼아 유일하게 벤처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 직원은 준공공성을 띄고, 공직에 관한 보고서 등을 작성할 수 있는데, (창업을 위해 휴직을 하면) 공직의 연결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창업을 하려면 사표를 내고 해야지 (휴직 상태라면) 이권과 연결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한-스웨덴, 대기업-스타트업간 네트워킹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


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권 개입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직원이 휴직하려면 기관의 장에게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 요소가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 직원이 창업에 뛰어들면 민간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시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 휴직을 할 때는 기관장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이권에 개입하려는) 상황이 보이면 기관장이 충분히 고려해 휴직을 불허할 수 있어서 (부정) 케이스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자원 등 민간에서 아무도 사업화를 안 하고 있는 분야에서 공공기관 직원이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창업 휴직에 대한) 건의가 많았다. 퇴직한 이후에야 창업이 가능하면 도전을 안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창업 휴직 조항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권 개입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공공기관 직원까지 창업 휴직을 허용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공기관 직원은 정년이 보장돼 이미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돼 있고, 연봉도 높아 취업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창업 목적의 휴직까지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원들도 창업하려면 엄청난 고민 끝에 사표를 내고, 자신의 인생을 건 모험을 한다. 안 그래도 안정적인 공공기관 직원에게 창업 휴직까지 허용하는 건 너무 큰 혜택 아니냐”며 “아이템 물색해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창업가들은 '몇 년 사업해보고 실패하면 회사 복귀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창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그들과 달리 우리에겐 다시 돌아갈 곳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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