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20’ 바이오·제약업계 여성 CEO ‘4인 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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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20-01-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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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 '김은선'·부광 '유희원'·JW바이오 '함은경'·메디포스트 '양윤선'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 함은경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각 사 및 아주경제DB]



2020년 제약·바이오 이정표를 제시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막을 내리면서 국내 기업들도 올 한해 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제약업계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외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면서 여풍(女風)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비전 2020’을 기치로 내걸고 나선 바이오·제약업계 여성 CEO들의 네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오너家 연합체’ 떼고 독립경영 본격화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

“누구나 미래를 꿈꿀 수는 있지만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는 없습니다. 50년 전 보령약국의 문을 열었던 그때 누구도 지금 보령제약그룹의 위상을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50년 값진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 건강을 위한 일이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다닐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당시 부회장)이 보령50년 사사(社史)에서 밝힌 것처럼 보령은 올해 해외 진출 성과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멕시코, 콜롬비아, 파나마 등 중남미 13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2017년 싱가포르, 2019년 필리핀 등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1998년 신약 개발에 착수해 12년의 개발과정을 거친 15호 국산 신약. ‘카나브 패밀리(카나브,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투베로)’는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 10월말 월매출 61억8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카나브 성공의 중심에는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이 있다.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그룹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회장은 보령제약이 신약개발에 착수한 1998년부터 식약처 허가를 받는 2000년까지 개발에 전력투구 했다.

개발 이후 중남미를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매진한 것도 김 회장의 안목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기술수출 대신 완제품 신약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른 제약기업들이 어렵게 신약 기술을 개발하고도, 글로벌 제약사에 돈을 받고 넘기는 것과 대비된다. 시장 개척에도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 확대와 맞물려 최근 김 회장은 계열사인 보령메디앙스 보유 주식을 모두 팔면서 독립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회장의 넷째딸 김은정 대표가 있는 보령메디앙스와 각자 경영 체제로 가르마를 탄 것이다. 

메디앙스를 떼어낸 김 회장은 보령제약을 선두로 의약품 연구개발 및 시장 확대에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밸리 부럽지 않은 ‘오픈이노베이션’ 대모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

“내년(2020년)에는 치료제 및 제품 유통망을 더욱 확장시키고 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매출액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는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도 지적재산권에 더욱 집중해 투자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회사 성장과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5년 취임한 유 대표는 공격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해왔다. 대표 취임 당시부터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오너 2세인 김상훈 대표가 지난 2018년 3월 사임한 이후에도 그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

유 대표가 이끌고 있는 부광약품은 자회사로 콘테라, 다이나세라퓨틱스, 부광메디카를 두고 있으며 관계회사로 조인트벤처 비앤오바이오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 부문에서는 실리콘밸리 부럽지 않은 활발한 투자가 강점이다. 부광약품은 바이오스타트업 안트로젠, 에이서 테라퓨틱, 사이토사이트 바이오파마 등 될성부른 떡잎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현대모비스, GS그룹 등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앞세워 혁신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중견제약사인 부광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 노하우는 대기업 못지않다.

유 대표는 올해 조인트벤처 설립, 공동개발 및 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일부 중견 제약사들이 국내시장에서 일반 의약품 등에 의존하다가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가성비 전략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유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인수하는 등 경영 효율에서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 대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잇단 성공으로 경영에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일부 직접투자의 위험을 피한다는 우려는 투자, 인수 등을 통한 결과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통경영’ 중시하는 조용한 실력자 함은경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최근 제약업계에서 여풍(女風)이 시작됐다.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주요 언론들은 제약업계에 능력 있는 여성 전문경영인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2017년 12월 인사에서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오른 함은경 대표다. 함 대표는 JW그룹 내 첫 여성 CEO라는 역사를 썼다.

그는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30여년을 근무해왔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포용적 리더로 알려졌다. 2017년 대표에 오를 때도 이 같은 내부 평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경하 JW중외그룹 회장의 각별한 총애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2007년 임원인사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한 이후 매번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다시 전무로 승진하면서도 비서실장 타이틀을 놓지 않았다. 업계는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이 회장이 함 대표를 차세대 CEO로 낙점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았다.

함 대표는 눈에 띄는 행보보다는 겸손한 경영스타일로 주목 받았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조직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는 함 대표가 실력으로 계열사 수장자리까지 오른 만큼 외형보다는 내실에 무게를 둔 경영스타일이라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JW메디칼에서 분리된 JW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에서 사장까지 오른 만큼 역량은 입증된 것”이라며 “JW그룹에서 능력주의 인사를 강조해온 만큼 함 대표 또한 이를 입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여성 바이오 창업’ 선두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줄기세포를 통해 현대 의료기술이 극복하지 못한 난치병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고, 우리나라가 세계 생명공학의 중심에 서는 그날까지 메디포스트는 생명공학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사의 비전이다. 그는 올해로 창업 20년째를 맞았다. 이처럼 양 대표는 지난 20년간 글로벌 생명공학 리더의 꿈을 안고 쉼 없이 달려왔다.

그를 선두로 여러 여성들이 바이오업계 창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아직 그만큼 두각을 나타낸 여성 CEO는 드물다. 그는 개척과 성공을 동시에 이뤄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였던 그는 2000년 6월 돌연 창업의 길을 택하고, 메디포스트를 설립했다.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국내 제대혈 은행과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는 백혈병, 소아암, 재생불량성빈혈 등 각종 난치병에 제대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녹록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제대혈 보관에서 치료제로 사업방향을 틀어 2012년 마침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이때 탄생한 제품이 ‘카티스템’이다.

카티스템은 메디포스트가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로, 현재 연매출 100억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양 대표는 최근 2세대 줄기세포치료제 ‘스멉셀’의 임상 1상을 개시하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스멉셀은 주사 한번으로 치료가 가능토록 개선해, 무릎 절개 수술에 따른 공포감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양 대표를 바이오업계 여성 창업 1호로만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다”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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